공무원 시험
공무원 시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공무원을 뽑는 시험은 과거가 유일했다.

입신양명의 지름길이었기에 천인만 빼곤 누구나 여기에 목맸다. 정조 24년에 치러진 과거 1차시험인 초시에는 11만명이 몰렸을 정도다.

현대적 의미의 국가공무원 채용 제도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에 시작됐다. 현재의 5·7·9급 공채와 같은 형태로 체계화된 건 1961년부터였다. ‘고시’라는 이름의 5급 공채는 워낙 벽이 높아 대부분의 ‘공시생’은 7·9급 시험으로 몰렸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학력 인플레가 일어나기도 했다. 9급 행정직 합격자 중 대학졸업자는 1988년 14%에서 1992년 57%로 늘더니 2010년 이후엔 90% 이상 치솟았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별(도지사)’을 단 입지전적인 인물도 많다. 제주에선 김태환 전 제주지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 5년째 변함없는 1위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녀 직업 1위는? 역시 공무원.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은? 물론 공무원이다.

분열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에서 세대 불문, 남녀 불문, 온 국민이 이렇듯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국론통합’을 이룬 사례는 흔치 않다.

그래선가 지난해 통계로 청년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이다. 일반 기업 구직자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국가적 낭비란 말이 나오는데도 ‘공시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기업이 감당 못하는 정년 보장에 안정적 수입, 높은 연금을 챙길 수 있어서다. 승진을 거듭할수록 신분 상승과 권력의 통로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제주도 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대 인원이 응시했다고 한다. 374명 모집에 3976명이 지원했다. 도제 시행 이후 처음 있는 기록이다. 제주도 일반행정직엔 54세 고령 응시자도 있었다.

이처럼 공직을 선호하는 건 불안한 고용시장에 대한 탈출구로 여기는 탓이다. 좁디 좁은 문을 뚫는 어려움을 거치기에 공직은 이제 ‘신의 직장’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왕이면 공시 열풍에 동참한 우리 젊은이들이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별’까지 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를 위해선 어떤 상황이더라도 주민의 복리증진을 책임지는 사명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을 ‘공복(公僕)’이라고 칭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긍심을 일깨워 공직이 더는 ‘철밥통’ 소리를 안 들을 때도 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