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감 풀어놓은 물 위에 은어 떼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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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하물
▲ 백주순 作 세월을 담은 하물.

(중략)

직박구리 몸을 씻다 가면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샘터에

길 물으며 떠났던 아이 돌아와

하늘하늘 물이끼의 시간을 띄우고

어머니, 언제 적 그리움을 부르는데

구름은 흰 소맷자락 너울대며

둥게둥게* 살풀이나 추다 가는가.

 

*둥게둥게: ‘둥실둥실’의 제주어.

 

- 김종호의 ‘하물2.’ 일부

 

봉봉해진 하물은 처음 본다. 바다와 인접한 하물 공원에 밀물이 썰물과의 교대, 그 의식에 정감이 간다. 만조가 양보해주는 하물에서 ‘바람난장’을 펼친다.

 

“애월초등교 울타리 주변으로 애월진성의 일부가 남아있고 관가와 병사들이 수비하던 마을이다. 하물은 1987년 자연보호협회와 경향신문사 공동으로 조사·선정된 ‘한국명수 100곳’ 중 하나로….” 이경희 애월 이장님의 인사말에 자부심이 크다.

 

“바람난장이 머무는 곳마다 가보고 싶고, 알고 싶게 한다. 문학과 예술로써 덜 알려진 곳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지면의 공헌이다….” 고태민 도의원께서 치켜세운다.

 

하늘보다 파란 물감 더 풀어놓은 듯한 하물 위로, 등 굽은 노송 한 그루가 물그림자를 드리우니 은어 떼가 군무를 선보인다.

 

▲ 바람난장 가족들의 모습.

김종호 시인의 시, ‘하물2.’ ‘애월 우체국2.’ ‘애월 우체국4.’를 제주시낭송협회 김장명, 김장선 낭송가의 낭송에 오감을 씻어낸다.

 

“애월리는 하물 때문에 마을이 생성된 곳이다. 큰물이며 곧 어머니의 물이다. 문명에 빠진 사이에 이곳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아쉬움도 토로하시는 김종호 시인이다.

 

‘하물의 모란꽃’ 노래를 김종호 시인께 청해 감상한다.

 

▲ 김장명 시낭송가의 시 낭송 모습.

1. 모본단 저고리에 자미사 치마로/물 길러 모여드는 하물의 모란꽃

가슴에 꿈을 안고 자라나는 꽃송이/청춘이 샘솟는다 애월의 오백호

2. 고내봉 산허리에 송아지 울고/닺가진여 푸른 물에 해녀들의 숨소리

날마다 즐겁게 춤을 추는 모란꽃/하물이 샘솟는다 애월의 오백호

3. 연대에서 들려오는 물새소리 처량타/뒷동산 팽나무에 초생달이 걸렸네

잊을려도 잊지 못할 가이없는 모란꽃/햇님 달님 반겨주는 애월의 오백호

 

본디 4절의 노래인데 구전 되어온터, 몇몇 자료에도 2절이거나 3절로 아쉬움이 크다. 그중 김찬흡의 자료를 싣는다. ‘하물의 모란꽃’을 작사·작곡한 이한익 선생의 처남인 김두승의 자료에도 2절뿐이다. 김종호 시인의 완창에 연륜과 내공이 묻어온다. 곡 중 ‘하물의 모란꽃’은 ‘하물로 물 길러 온 아가씨들’이라고 부연해준다. 일제강점기에 김 시인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시절 애월중·고교 음악 교사이던 이한익의 애향가를 모르는 학생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 바람난장이 제주시 애월읍 애월우체국 앞에 있는 하물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하물의 모습.

하물은 바위틈에서 솟던 풍부한 수량과 수질로 생활용수, 빨래터, 노천목욕탕으로 나뉘어 사용되던, 마을 정보의 곳간쯤이 아니었을까. 동네 경조사 시 하물 한 허벅 길어다 부조로 대신할 만큼 물이 귀하던 시기, 가뭄에도 수량이 줄지 않아 중산간 마을, 납읍과 어도에서도 우마차로 길어가던 모습 그려본다.

 

설촌과 더불어 삶의 젖줄이던 하물은 애월의 역사요, 생명이 깃든 터다.

 

권무일 소설가, 홍성운 시인, 백주순 화가, 김숙미씨, 이경훈씨, 김동훈박사, 고태민도의원, 장영춘 시인, 문순자 시인, 난장 멤버 오승철 시인, 김해곤 화가, 이상철 음악·공연감독 외 여러분이 함께했다.

 

글=고해자, 그림=백주순, 사진=허영숙, 시낭송=김장명·김장선, 노래=김종호 시인

 

※다음 바람난장은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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