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지탄(望洋之歎)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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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망양지탄(望洋之歎). 넒은 바다를 보고 감탄한다는 뜻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보고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옛날 황하(黃河)의 신 ‘하백(河伯)’이 자신의 살고 있는 강이 세상에서 가장 넓고 물이 풍부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북해(北海)의 신 ‘약(若)’을 만난 후 바다의 광대함에 놀라 한 말이다.

▲이렇듯 하백이 부끄러워하자 약은 웃으며 이런 말을 건넸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해 말해도 소용없소. 그가 사는 곳에 얽매어 있기 때문이오. 여름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도 소용없소. 그가 시절에 묶여 있기 때문이오. 지금 그대는 벼랑 가에서 나와 큰 바다를 보고 비로소 그대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으니 이제야말로 큰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된 것 아니겠소.”

우물 안 개구리나 여름벌레처럼 공간과 시간의 한계 속에서 갖고 있던 편협한 지식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보고 도를 깨우쳤으니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지식이 때(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경직된 사고에 갇혀있다 보면 우리들의 삶은 숱한 어려움을 겪는다.

우스갯소리로 하나의 산을 가운데 놓고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산의 이름을 놓고 다툰다고 한다. 동쪽에 사는 사람들은 ‘서산’이라고 하고,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동산’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민들 중에는 한라산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고 길을 헤맸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라산이 남쪽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제주시민들은 서귀포에서, 반대로 한라산이 북쪽에 있는 것으로 알며 살아온 서귀포시민들은 제주시에 갔을 때 동서남북이 어딘지 헷갈려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자도 그랬었다.

▲정치지도자들의 편향된 사고는 백성들을 고단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한 말도 일종의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탄박(탄핵 후 친박) 인사들의 언행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TV토론도 후보들 간에 날선 공방이 오갔는데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식으로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더 큰 세상을 바라보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지도자.

다시 말해 망양지탄의 자세를 갖고 있는 지도자를 국민들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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