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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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대우
광장(廣場)은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아고라(agora)라고 하는 광장이 있었다. 신전과 주요 관공서가 있는 아크로폴리스가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였다면, 아고라는 경제 활동의 중심지이자 시민들이 사교 활동을 하면서 여론을 형성하던 의사소통의 중심지였다. 시민들이 국방이나 정치 문제를 토론하던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직접민주주의 상징이 됐다.

고대 로마의 포럼(forum)도 시민이 사회생활의 중심이 되는 광장이었다. 이 광장은 사법광장, 상업광장 등으로 분화됐다.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광장은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된 후 시민계급과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광장이 됐다.

▲대한민국에서도 광장이 4개월여 동안 정치의 중심 무대가 됐다.

청와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이게 나라냐?”라며 분노한 민심이 거리로, 광장으로 향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는 지난 주말까지 스무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제주시청 앞 등 제주에서만 5만7000여 명, 서울 광화문 등 전국적으로는 1600만명이 넘는 국민이 광장을 찾았다. 한겨울 추위에 떨면서도, 궂은 비 날씨 속에서도 촛불을 들었다.

독일의 한 언론은 한국 시민들의 광장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하면서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소개했다.

광장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국민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정치로 이야기꽃을 피우게 했다. 이곳은 중·고교 시절의 벗을 수십년 만에 만날 수 있게 했고, 친구 또는 선·후배와 약속의 장소가 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파면(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자 광장의 주역인 국민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민의에 의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과물을 이끌어낸 위대한 국민이다.

국민은 그러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전모에 대한 검찰의 수사 완결,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뿌리깊은 폐단 청산 등이 과제이다. 그 결과로 국민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은 정치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광장을 찾을 것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2항)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제 따뜻한 봄볕을 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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