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정미 "파면, 어려운 결정…이젠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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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도리,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이롭다"
소박한 성격 그대로 '9분 퇴임식'…취재진에 먼저 허리 굽히기도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두고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11시 헌재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 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행은 중국 고전 '한비자' 중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소절을 인용하며 법치주의 실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이날 퇴임으로 1987년 판사로 임관한 이래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평소 인품처럼 검소하고 소박하게 진행된 퇴임식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국민의례-약 6분의 퇴임사 낭독-꽃다발 증정 순으로 모두 9분 만에 종료됐다.

   

퇴임식장엔 헌재 직원 약 100명만이 참석했을 뿐 송두환(68·사법연수원 12기) 전 헌법재판관 외엔 특별한 외빈이 없었다. 남편과 아들·딸도 보이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 대행이 행사를 요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해 가족들도 퇴임식에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행은 출근길 자신을 기다리는 취재진에 먼저 허리를 굽히고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행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헌법재판관이 됐다.

   

2014년 12월 선고한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고,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 국회 선진화법 등 주요 사건 대부분에서 대체로 다수 의견을 냈다.

   

특히 그는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 후 권한대행을 맡아 탄핵심판을 진두지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8명의 재판관 중 가장 젊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늦지만 부드러우면서 때론 과감한 지휘로 중대하고도 어려운 역사적 사건을 이끌었다.

   

이 대행 퇴임 후 헌재는 재판관 회의를 열고 임명일 순으로 선임자인 김이수(64·연수원 9기) 재판관을 차기 소장 권한대행으로 호선할 계획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지명한 이선애(50·사법연수원 21기)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헌재는 당분간 재판관 7인 체제로 운영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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