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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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땅이 갈라지는 지진(地震)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지진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인구지진(age-quake)’이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저서 ‘에이지 퀘이크’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가 몰고오는 사회적 파장을 지진에 빗댄 것이다.

인구지진은 자연 지진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다고 한다. 지진과 비유할 때 규모 9.0의 강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11년 일본을 초토화시킨 ‘동일본 대지진’ 수준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쯤에는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엄청난 격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한국도 피해를 크게 보는 국가로 꼽혔다. 미래와 직결된 저출산 문제가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도 코앞에 닥쳤다는 얘기다.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는 인구통계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앞서 보여준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겨우 40만 명 턱걸이(40만6300명)에 그쳤다. 197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소치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도 1.17명에 머문다. 전년 1.24명보다 0.07명 줄었다. 인구를 현상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대체 수준 2.1명을 크게 밑돈다.

또 혼인건수(28만1700건)와 사망건수(28만1000건)가 비슷해졌다.

올해엔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가 혼인하는 이를 역전할 것이라고 한다. 결혼 축하보다 장례 조문을 더 자주 가야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혼인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린다는 건 이젠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한 지경을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노인 비율이 내년에 14%로 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2026년 20.8%로 초고령사회, 2050년에는 38.2%로 내다봤다.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세계 최고령사회가 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가 된 지 10년이 돼 간다.

일하는 인구가 국력인 시대다. 정부가 열심히 아이낳기 캠페인을 벌여도 여성들은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출산장려금 같은 사탕 몇 개를 받아먹기 위해 일생을 저당 잡히는 출산에 나서는 여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여성 취업률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여성 취업률을 높이는 정책이 곧 출산장려책이 아닌가 싶다.

직장과 여유가 있어야 뭘 해도 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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