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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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율리우스 카이사르(BC 100~BC 44년)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장군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저’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재력가 크라수스, 군 장성 폼페이우스와 손을 잡고 ‘제1차 삼두 정치’를 수립해 로마를 장악했다. 이어 갈리아를 정복해 로마의 영토를 북해까지 넓혔다.

BC 49년 카이사르는 ‘군대를 해산하고 갈리아 총독에서 물러나 단신으로 로마로 돌아오라’는 원로원 보수파의 명을 받았다. 무장해제한 카이사르를 살해하려는 음모였다. 그즈음 삼두 중 한 명인 크라수스가 죽자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권력 다툼을 벌였다. 당시 원로원 보수파는 폼페이우스의 편이었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동부를 끼고 아드리아해로 흐르는 작은 강으로, 로마와 속주(屬州)인 갈리아의 경계였다. 카이사르는 결국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해 정권을 잡았다. 그는 이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이후로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의미할 때 이 문장이 인용됐다. ‘하늘에 운명에 맡기고 과감하게 모험을 시도’할 때도 사용됐다. 같은 뜻의 ‘루비콘 강을 건너다’는 표현도 그 시점에 나왔다. ‘화살은 이미 활사위를 떠났다’도 비슷하게 쓰인다.

▲온 국민의 시선이 헌법재판소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운명의 날’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끓을 게 분명하다. 반면 인용되면 곧바로 대통령직에 물러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사드 보복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라 안에선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세력과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세력이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다.

어느 쪽이든 원하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지금으로선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불복’은 절대 안 된다. 아니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법치(法治)가 무너지면 나라는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무조건 승복’만이 파국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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