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치료하는 데 요긴한 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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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반하-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예전에 제주산 한약재 중에 유명했던 것으로 ‘반하’라는 약재가 있다. 제주어로 ‘살마’라 불리웠던 반하는 보리밭에서 보리를 그늘 삼아 싹이 자랐다.

초여름 보리 베고 난 밭의 낮은 지대 습기가 있는 데라면 여지없이 무리지어 올라왔다. 여름철 중간에 산출된다 하여 이름 또한 半夏다. 큰 놈은 주걱 모양의 독특한 꽃도 핀다.

당시 기억으로 보리 수확 후 잠깐의 농한기 때 반하를 캐는 용돈벌이가 꽤 짭짤했다. 그맘때 육지에서 한약재 수매상들이 내려와서 수거해 가는데 적지 않은 가격이었다. 그만큼 귀하고 효능 또한 좋은 약재였던 것 같았다.

충남 서산에도 산출되어 제주산과 함께 국내 수요를 충당하였으나 중국에서 수입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국산 반하는 점차 사라졌다.

제주 지역의 주작물이 보리에서 다른 작물로 대체되고 제초제 등 농약을 대량 살포하게 된 것 또한 반하가 사라진 원인일 수 있겠다.

반하는 이제 제주에서도 찾기 힘든 식물이 되었다. 현재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입품이면서도 고가의 약재에 속하는 편이다.

 

▲ 반하의 약용부위인 덩이줄기.

그렇게 흔했던 반하, 정작 그 효능에 대해선 아는 제주인들이 드물었다. 단지 먹지 못한다 라는 것 정도. 당시 동네어른들의 반하에 대한 인식의 부족도 현재 반하가 없어지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반하는 어떤 효능을 지니고 있을까. 장마철에 그리고 지대가 낮은 습한 그늘진 땅에 잘 자란다는 사실에서 반하의 효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습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물은 습을 이기고 습기를 빼는 작용이 뛰어날 것이다. 반하는 습한 지역에 잘 자라 습담(濕痰)을 이겨내는 성질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생리 기능 중 혈액대사 외에 수액대사가 있어 인체의 건강 상태를 유지한다고 본다.

그 수액의 흐름이 원활치 않으면 그에 따른 병리적 산물이 생겨나는데 이를 담음(痰飮)이라 한다. 십병구담(十病九痰)이란 말이 있듯이 담음은 온갖 병의 근원이다. 습의 병기가 더 진행되면 담으로 악화되어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다. 반하는 이 담음을 다스리는 대표적인 약이다.

소화기가 약하여 멀미를 잘한다거나 매스꺼움과 어지럼증이 잦다거나 가래 기침, 두근거림, 피부에 튀어나온 혹, 눈 주위의 다크써클, 거친 피부, 팔다리의 유주성 통증 등 담음의 증상은 실로 광범위하다. 현대의 각종 만성질환과 유사한 만큼 한약의 치료 처방에 다빈도로 활용되는 요긴한 약재이다.

 

▲ 반하의 지상부.

그런데 효능이 좋은 만큼 조심스러운 약이 바로 반하이다. 유독한 성분이 있어 바로 날로 먹게 되면 구강이 타들어가며 마비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한약재에는 이러한 경우 ‘수치(修治)’라고 하여 독성을 완하하고 약의 효능을 높이게 하는 처리 과정이 있다.

생강은 반하를 극하는데 이 생강즙을 적절히 섞어 수치하면 반하의 독성이 완화된다. 어쨌든 반하는 각종 난치성 질환에 두루 쓰이는 요긴한 약이지만 한의사의 처방 하에 복용해야 한다.

그 반하가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 것이 참 아쉽다. ‘살마’라는 제주어가 따로 있을 만큼 친숙하고 토속적인 잡초였다. 다행히 농산물원종장에서는 반하 종자를 보유하고 있어 재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제주산 반하가 옛 명성을 되살리고 재배가 활성화되려면 중국산과의 성분과 효능 비교를 통해 제주산 반하의 차별화를 기하고, 약침 활용 등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중국산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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