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돌 맞은 불의 대제전...故 신철주 군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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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예방 조건으로 산림청장 설득, 불 놓기를 관광자원화
▲ 고 신철주 군수

수백 년 동안 오름은 마소의 방목지로 이용됐다.

가축을 방목하려면 진드기를 없애는 불 놓기가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불 놓기를 제주에선 ‘방애(들불놓기)’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산불을 우려해 1970년대부터 전국 산야에 불 놓기를 금지했다.

1995년 민선 1기 군수로 부임한 고(故) 신철주 북제주군수(1938~2005)에게 난처한 문제가 벌어졌다.

농민들이 몰래 오름에 불을 놓다가 범법자로 전락해서다. 이들은 “소와 말을 키우는 초지만이라도 불 놓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 군수는 산불예방 대책을 조건으로 산림청장을 설득한 끝에 방목지에 한해 불을 놓을 수 있게 했다.

신 군수는 당시 ‘큰 산불로 번지지 않는다면 불 놓기로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구상으로 1997년 애월읍 납읍목장 방목지에서 첫 축제가 열렸다.

제1회 들불축제는 대형 쥐불놀이 수준에 불과해 방문객은 1만3000여 명에 머물렀던 마을축제에 불과했다.

횟수를 거듭해 말을 소재로 ‘말 사랑 싸움놀이’란 볼거리를 만들었고, 결연을 맺은 중국·일본·미국 등 자매도시 공연단을 초청해 축제의 국제화를 시도했다.

방목지를 옮겨 다니던 축제는 진입로와 주차장 부지를 매입, 2000년부터 새별오름으로 고정했다.

지금은 참가 인원만 35만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축제로 거듭났다. 불붙은 오름에 관광객이 몰려왔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연간 300억원의 경제 창출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 군수의 아이디어로 태동한 들불축제는 2015년 대한민국 히트상품 대상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 축제콘텐트부문 대상에 올랐다. 동네축제에서 제주의 대표 축제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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