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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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우리 삶을 흔히 산을 오르는 것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삶을 지탱할 힘은 곳곳에 부여된 의미들로 인해 얻기 때문인가 보다.

 

산은 계절마다 다른 맛을 주듯 삶도 고비고비 오르막길인가 하면 내리막길이기도 하고 또한 따뜻한 봄날 천지가 꽃길이며 신록의 싱그런 내음을 맡으며 걸어갈 때도 있는가 하면 혹독한 칼바람을 맞으며 가야 할 때도 있다.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각자가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낸 것에 칭찬을 받을 만하다.

 

혹여 지금 겨울 산행 중이라면 혹독한 추위에 앙상하니 이미 죽었다고 생각이 드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추위가 물러나면 죽었다고 생각했던 나뭇가지에 새 순이 어김없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나는 참 많이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던 시절 겨울 산을 오르며 봄을 기다렸던 시간은 지금도 생각하면 콧등이 시큰거린다.

 

산을 오를 때도 사람들은 다 다르다. 앞 사람 뒤를 쫓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앞지르기를 하며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는 사람, 남들이 어떻게 걸어가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어 한발 한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고 난 다음 느낌도 가지가지다. 힘을 다 해 오른 정상에 별 감흥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원스레 끝없이 내려다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과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내려오는 사람 등 다 다르다. 그런데 누구나 할 것 없이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오는 것만은 다 똑 같다. 얼마간 더 머물거나 덜 머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인생의 후반부, 이제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내려오는 길은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와는 아주 다르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저 멀리 수평선도 보이고 드넓게 펼쳐진 산자락들이며 길가에 핀 작은 꽃송이까지도 볼 수 있다. 산은 올라갈 때 보았던 것들과 내려 올 때 보이는 모든 것이 함께 있어서 아름다운 산이 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내려오는 2막의 인생은 더욱 소중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올라 갈 때보다 훨씬 배낭이 가벼운 것처럼 많이 비워내서 그동안 노치고 지난 것들을 차근차근 바라보며 소중한 것들을 찾아내어 꽃을 피워내는 시간이며 비로소 내 의지로 무엇인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연출가인 우리가 어떤 무대를 만들어 어떤 주인공이 되는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1막에 못다 한 이야기를 2막에서는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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