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긴 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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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묘두현령(猫頭懸鈴)’.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의논했지만 아무도 방울을 달 수 없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불가능한 일을 의논한다는 의미다.

제주에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만큼이나 어려운 논의가 한창이다. 문제는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방울을 달기는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는 일이다.

제주도의회 의원정수는 선거구별로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지역구의원 29명, 비례대표의원 7명, 교육의원 5명 등 모두 41명이다. 제주특별법에는 비례대표의원은 지역구의원의 20%를, 교육의원은 5명을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존 4개 시·군의 기초의회가 폐지되고 광역 도의회로 통합됐다. 문제는 10여 년이 지나면서 인구가 급증하고 인구 분포가 변화되면서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지역구의원의 인구기준을 위반하는 선거구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도의원 선거구 인구는 평균인구수 대비 상하 60% 이상 편차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개 도의원 선거구의 평균인구는 2만2152명이다. 상하 60% 편차를 적용하면 상한은 3만5444명, 하한은 8861명이다.

도의원 선거구 중 제6선거구인 삼도1·2·오라동 인구는 3만5641명으로 평균인구수 대비 60.89%로 상한기준을 197명 초과한다. 특히 제9선거구인 삼양·봉개·아라동은 5만2426명으로 평균인구수 대비 136.67%에 달해 1만6982명이나 초과된다.

제6, 제9선거구를 분구하지 않을 경우 헌재의 결정을 위반하게 된다. 따라서 2개 선거구를 분구해야 하는데 해법 찾기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만큼이나 어렵다.

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도의원 정수를 43명으로 늘리는 방안과 비례대표를 줄이거나 교육의원을 축소·폐지하는 방안 등 3개안을 놓고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역구의원을 29명에서 31명으로 늘려버리면 간단할 것 같지만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을 뿐 아니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다.

반면 도의원 정수를 41명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선거구를 분구하는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의원을 축소하거나 교육의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에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한 일이 아니다.

다른 지방에서는 비례대표의원을 지역구의원의 10%를 선출하고 있지만 제주는 20%가 적용된다. 또한 교육의원제도는 다른 지방은 폐지됐고, 제주에서만 유지되고 있다.

비례대표의원은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비례대표의원을 축소할 경우 소수정당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반발이 불가피하다.

교육의원도 마찬가지다. 교육자치를 위해 교육의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특히 현역 교육의원들이 가만히 두고 볼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 제주시 동지역 14개 선거구를 전면 재조정하려고 해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선거구인 읍·면지역까지 불똥이 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구획정위도 이를 우려해 전면적인 조정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어찌됐든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하고,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선거구획정위가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길 기대해 본다.

특히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되면 해당 이해관계자들도 수긍해야 한다. 지역에서의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으로 확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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