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답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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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즉흥곡을 들으면서 모차르트는 외쳤다. “이 젊은이를 눈여겨보라. 이 젊은이가 머지않아 세상을 향해 천둥을 울릴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의 삶은 어릴 때부터 우여곡절 자체이다. 그는 역사상 위대한 작곡가이지만 구토, 귀머거리와 성격 장애로 가득찬 고통의 삶을 보냈다.


이러한 질병의 원인은 납 중독이였다. 최근에 과학자들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1827년 56세의 나이로 베토벤이 죽었을 때, 많은 조문객들이 위대한 위인의 머리카락을 수집하였다.


최근에 분석된 3∼6인치 길이의 582 가닥의 머리카락은 1994년 런던의 Sotherby 경매장에서 7,300달러에 베토벤 연구센터의 소유가 되었다.


Chicago 외곽의 Health Research Institute, HRI)의 William Walsh에 의하면, 베토벤 머리카락의 납 농도는 보통 수준의 100배에 이른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베토벤이 성인이 되면서 광천을 찾아 음용하고 수영하던 광천수로부터 납에 노출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중독은 베토벤의 불같은 성질을 잘 설명해 준다. 그는 변덕이 심했고, 때로는 야생동물을 닮기도 했다. 이처럼 중금속에 노출되면 심각한 장애가 동반된다. 드물게는 납 중독이 귀를 멀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구자들은 베토벤의 청각 상실이 이 때문이라고 확신하지는 않고 있다.


Walsh에 의하면, HRI의 과학자들은 원래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19세기 초에 매독 치료에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수은을 찾고자 하였다.


수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베토벤이 매독에 걸리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당연히 베토벤 자신도 무엇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1802년 그의 형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의사들에게 그가 죽은 후 잦은 복부 고통의 원인을 찾아달라고 요구했음이 적혀 있다.


머리카락은 수많은 비밀과 건강 상태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체내 미네랄 균형을 알기 위해 모발로 배설된 미네랄을 확인하는 ‘모발 미네랄 검사’의 유용성도 알려져 있다.


생존해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사망한 사람의 모발에 농축되어 있는 미네랄 성분 측정도 가능하다. 그래서, 베토벤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과 범인 등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푸는 열쇠로 머리카락이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유명한 일화로 나폴레옹의 모발에서 맹독성 미네랄인 비소 성분이 검출되어 이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었다. 옛날에는 비소는 ‘독약의 왕’이라고 불렸다.


나폴레옹 독살설 후속편도 살펴볼 가치가 있다. 나폴레옹의 모발을 더욱 정교한 분석기술로 재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비소는 미량 존재했지만, 안티몬(Sb)이 다량 함유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 안티몬도 독성이 있으며, 이의 화합물인 검은 색의 삼황화 이안티몬(Sb2S3)는 눈 화장(eye shadow)을 위해 초기에 사용된 화장품 중의 하나이다. 클레오파트라도 이를 이용해 눈 화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평소에 머리 모양과 염색 등 외형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모발이 건강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 장수를 지향하는 요즘 머리카락은 배설기관으로서 과학적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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