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씨앗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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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전 중등교장/시인

자연은 태초에 뿌린 씨앗을 풍성히 가꾼다. 자신을 위해 거두지 않고 늘 베풀며 만족스레 제 길을 간다.

인간은 열심히 땅을 일구어도 늘 부족한 마음이다. 그래도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믿으며, 심고 또 심는다. 그게 삶인 것을 어쩌랴.

농사는 굵은 땀방울을 요구하고, 결실로 보답하느니 작물이다. 상생의 이치다.

어릴 때, 땡볕이 쏟아지는 조밭에서 김매던 시간들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자라기 시작한 조 잎사귀는 거칠어 두 팔을 스칠 때마다 생채기가 생기고 땀이 스며들며 돋아나는 따끔거림. 하루해는 어찌나 그리 길던지. 부모님 일손을 돕는다는 착한 마음은 사라지고 벗어나고 싶은 고역의 시간으로 각인되었으니, 그게 내 마음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였으리라.

나는 얼마 전까지 조그만 노지 감귤농장을 운영했다. 내 키보다 더 큰 나무들이어서 잡풀들은 맥을 못 추었고, 비료나 거름주기는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톱과 전정가위로 욕심 많은 가지들을 자르며 골고루 햇볕을 나누도록 수형을 잡노라니 흥타령이 일었다.

문제는 농약 살포였다. 무더위와 더불어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다 잠시 갠 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비옷으로 머리까지 무장하고 고무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경을 쓰고 나면 외계인 모습일 터이다. 오른손으로 삼구 분사대를 움켜잡고 왼손으로 긴 호스를 이리저리 끌며 귤나무에 골고루 농약을 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람의 방향에 맡겨 옮겨 다니노라면 심술퉁이 바람은 농약 포말을 얼굴에 냅다 뿌려대는 것이다. 수건으로 얼굴의 농약을 훔친 후 뿌연 안경을 닦고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도 노랗게 익은 열매와 가족들의 환한 웃음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했으니, 마음 밭도 열심히 가꾸어야 한다. 자연의 밭을 일구기보다 훨씬 어렵다. 나이 들면서 줄곧 긍정의 씨앗을 뿌려왔으나 작황이 시원찮다. 새해를 맞아 어떤 씨앗을 심을까 고심하다 올해도 긍정의 씨앗을 심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경이요 긍정이 아닌가. 사람들과 따스한 손을 맞잡고 우주의 아름다움에 감격할 때, 세상은 밝아진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 청각기관을 통하여 뇌로 전달되는 부정적인 말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 호르몬은 독성이 강해 마음에 긴장과 불안과 공포심을 일으키고 피로와 무기력과 우울을 낳는다. 즐겁고 행복한 삶을 이끌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사랑해요. 감사해요. 고마워요.’ 등의 긍정적인 말을 자주하노라면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넘쳐 나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 보니 좋아진다는 게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수저론으로 절망하며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부끄럽다는, 거침없이 ‘헬 조선’과 ‘이게 나라냐’를 외쳐대는 이들이여, 올해는 긍정의 씨앗을 심어 보시라. ‘희망 코리아’와 ‘이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라는 열매를 맺지 않겠는가. 증오와 저주의 말은 장전된 총과 같아서 오발로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뿐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말한다. “당신의 인생을 계속 칭찬하고 축복하라. 그러면 결국 축복받는 인생이 된다”고. 당당한 긍정의 말이라 힘차지 않은가.

남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 기능이 향상된다는 ‘테레사 효과’를 되새기며, 새해에는 모두 건강 100세 시대를 구가하길 염원한다.

정유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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