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이 흐른 평안한 밤…별은 잠시 머물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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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삼매봉 남성정> 서귀포에서 펼쳐진 한밤의 무대 낭송 이어지자 '노인성' 모습 드러내

君不見南極老人星 그대는 노인성을 보지 못하였는가.

衆星之中最有靈 별 중에 최고의 영험을 지닌 별이 노인성이라는 별을

厥應維何司壽命 이 별은 사람들의 수명을 늘려주나니

照處令人多得齡 별 비추는 곳마다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네.

南天欲窮望眼隔 노인성을 보려면 남쪽 하늘을 바라봐야 하지만

不上衡嶽誰能覿 형산에 가지 않아도 노인성을 볼 수가 있는 곳

曉丙夕丁春秋分 가을 새벽, 봄 저녁에 남향에서 보이나니,

此時乍出明煜煜 오래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밝게 빛나는걸,

吾東亦有漢挐山 대정에서 바라보면 동쪽에는 한라산이

靈曜咫尺手可攀 손에 잡힐 듯이 영묘함이여

大靜城南臨海村 내가 유배당한 거소는 대정현 남쪽 해변마을

天色晴時照一般 언제나 맑은 하늘, 노인성 기운이 나려 오기에

此地從古稱壽鄕 예부터 이 고장을 수향(壽鄕)이라 부르지.

 

이 한시는 대정고을에 유배를 왔던 조관빈의 ‘노인성가(老人星歌)’ 일부다.

 

2017년 1월 16일 밤 9시 30분. 삼매봉 남성정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시와 음악, 사진, 그림이 어우러지는 ‘바람 난장’이 펼쳐졌다. 서귀포의 밤하늘은 별이 총총했고, 남극노인성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더 신명났다. 문숙희 한국다도협회 예당지부장이 이 시와 고응삼 시인의 ‘남성정’ 등 두 편의 시를 거의 낭송할 즈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그 별이 뜬 것이다. 마치 수평선 위에 반딧불이 서쪽으로 떠도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별 볼 일 있는 밤’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 중종을 비롯한 많은 왕들이 한라산에 가면 노인성을 볼 수 있다고 하였고, 그래서 제주백성들은 노인성의 정기를 받아 장수한다고 전해진다. 토정 이지함은 한라산에 세 번이나 올라 이 별을 봤다 하고, 청음 김상헌은 제주에 안무어사로 5개월 동안 있으면서도 이 별을 보지 못한 애석함을 <남사록>에 남겼다. 그렇게 ‘별 중에 최고의 영험을 지닌 별’이 뜨는 서귀포에 태어난 나도 실은 여태껏 이 별을 보기는커녕, 언제 어느 쪽으로 뜨는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바람 난장’을 노인성 보는 기회로 잡은 것이다.

 

노인성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윤봉택 시인은 “노인성의 위치를 모르면 그냥 하나의 별일 따름입니다. 남위 52도 41분에 위치해 있는 이 별은 우리나라에서는 서귀포에서만 관측이 가능하고, 추분에서 춘분까지, 시간대별로 하루 최장 4시간까지 볼 수 있습니다. 노인성을 테마로 서귀포가 무병장수의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고 덧붙였다. 시낭송에 이어 김정준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 트럼펫연주자가 KBS 명화극장의 시그널로 우리 귀에 익숙한 ‘아랑페즈 협주곡’을 연주했다. 20세기 대표적인 스페인의 작곡가 ‘로드리고’의 명곡은 ‘서귀포의 별 볼 일 있는 밤’을 더 아름답게 수놓았다. 관객들은 비틀즈의 렛잇 비( Let it be)를 앵콜곡으로 청해 듣다가 합창으로 따라 불렀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별은 희망의 비상구다. 알퐁스 도테의 ‘별’에서 양치기 소년의 어깨에 기대 잠든 스테파네트처럼 오늘밤 우리의 어깨에 노인성이 잠들다 갔으면 좋겠다. ‘바람 난장, 예술이 흐르는 길’을 함께해 주신 강문신 시인, 안정업 시인, 강창용 탐라문화유산보존회 이사, 그리고 차와 군고구마로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 주신 한국다도협회 예당지부 양청자 강만숙 회원께 감사를 드린다.

 

▲ 네 번째 바람난장이 삼매봉 남성정에서 펼쳐졌다. 사진은 문숙희 한국다도협회 예당지부장의 시 낭송 모습.

 

 

▲ 김정준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 트럼펫연주자의 트럼펫 연주 모습.

-글 : 오승철 시인

-그림 : 김해곤 화가

-음악 : 김정준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 트럼펫연주자

-사진 : 허영숙 사진작가

-시낭송 : 문숙희 한국다도협회 예당지부장

 

※다음 바람난장은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위치한 진안할망당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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