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시대에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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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영남대 교수 문학평론가/논설위원

새해가 밝은 지도 여러 날이 지났다. 탐욕과 불의에 눈먼 사람들의 국정농단에 온 나라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렸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김이 없다. 시간이 지나고 새해가 다가왔듯이, 이 암울한 겨울이 지나고 나면 머지않아 새봄이 우리들 곁에 다가올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온갖 추악한 뉴스 때문에 TV를 켜기가 겁나고 심지어 아침에 눈 뜨는 것이 두렵다고까지 한다. 권력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잡혀가고, 국격이 곤두박질치게 되었다고 한숨지었다. 나라를 송두리째 흔든 이 같은 사실들 보다 더욱 큰 문제는 국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가지게 되는 심각한 우려와 회의(懷疑)는 대체 인간들에게 영혼이 있는가, 영혼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영혼을 지키고 산다는 것은 어떠한 삶을 말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탐욕과 타락과 불의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그러할 때 대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같은 사건이 어제 오늘의 일 만은 아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우리들을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시대와 인종을 뛰어넘어 개인적·집단적 탐욕과 폭력, 타락이 보편적 습성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타인을 짓밟고 인간 본성에 잠재된 탐욕을 되풀이하면서 그러한 습성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하여 서구 제국주의가 시작된 이래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내란과 폭력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개인들의 타인에 대한 억압과 수탈은 보편화되고 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나무나 꽃과 같이 새들이나 아이들과 같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가? 이것은 모두 인간의 잘못된 심성에 기인한 것이다. 인간은 역사와 문명이라는 위대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었지만, 질서나 섭리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타자를 억압하고 구속하고 착취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삶의 양태는 자본주의라는 물질만능의 삶의 질서에 기인한 것인지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과 금전이란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신격화된 대상이며, 인간과 자연의 모든 성질을 마음대로 바꾸는 혼돈과 전조이기도 하다. ??돈과 자본의 힘에 의존함으로써 인간의 정서와 영혼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식되어 무력화되고, 그로인한 삶의 허구화와 비인간화는 오늘날 인간사회의 근본 조건이 되어버렸다.

자본주의적 삶의 양태는 단순히 상품소비 사회를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인간욕망의 왜곡이 항구적인 심리·정서적 의식구조로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신화(物神化)의 확대재생산은 사회구조의 왜곡을 낳고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동력이 되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영혼은 갈수록 황폐화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정신은 사막의 신기루와 같이 보이게 되었다.

영혼 없는 이 시대의 부도덕의 무게와 기다림의 시간을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 안에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듯이 우리에게도 마지막 남은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과 시대의 타락과 불의를 바라보며, 우리들은 정말 인간다운 영혼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지, 영혼은 내팽개치고 몸만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새해 벽두에 우리가 해야 할 여러 다짐 중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아무리 소돔과 고모라(성서에 나오는 타락한 도시) 같은 세상이 된다할지라도 인간다운 영혼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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