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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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대우
“남을 아껴주는 데도 가까워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자함이 철저하지 않은가를 반성하라…. 행해서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으라.”

맹자의 명언으로 리더가 되는 출발점으로 철저한 자기 반성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요즘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시의 인사 행정과 쓰레기 줄이기 정책 시행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을 보면서 생각나는 구절이다.

원희룡 지사는 해외 출장 전날인 지난 16일 퇴근 시간 직전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원희룡 마케팅’의 중심에 섰던 강영진씨에게 4급(서기관)인 정책보좌관실장 임명장을 전달했다.

강 실장은 총선에서 서귀포시선거구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원 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워 ‘원희룡 마케팅’을 펼쳤던 주역이었지만 낙마했다.

당시 ‘원희룡 마케팅’이라는 희한한 광경을 놓고 당내 다른 후보들은 물론 야권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원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은 문제가 안 되고, (원희룡) 지사 마케팅은 문제가 되느냐”면서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라고 정당화했다.

4·13 총선 결과는 강 실장을 비롯해 도내 3개 선거구의 ‘원희룡 마케팅’ 전패로 이어졌고, 도민 사회의 편가르기와 선거 개입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원 지사는 선거가 끝나자 도의회에서 “폭넓은 지사의 모습을 도민들은 원하고 있는데 제가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유사한 성격의 상황이나 문제가 생긴다면 그러한 우려를 끼치지 않도록 신중의 신중을 기해 처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도민의 전당에서 밝힌 반성도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들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강씨 내정설이 불거진 이후 비판 여론이 쇄도한데도 인사를 강행했으면 임명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도정이 우선인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특히 4·13 총선 당시 강 실장의 수행비서로 활동했던 A씨가 서귀포시체육회 6급 사무직원으로 채용,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서귀포시체육회의 적법한 공모 절차 해명에도 누군가가 ‘맞춤형 인사’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쓰레기 시간별·요일별 배출제’도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 대한 반성 없이 수시로 땜질식 보완책만 나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난데없는 행정에 주민 불만이 거세지자 당초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배출하기로 했던 시간 제한은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로 변경됐고, 음식물 쓰레기는 24시간 배출을 허용했다. 이어 시장과 상가가 밀집한 특정지역에 대해서만 별도의 집하장을 설치해 사실상 매일 배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모임은 요일별 배출제 즉각 철회, 고경실 제주시장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최근 상반기 제주시 인사를 놓고 “쓰레기 등 격무부서의 승진은 고사하고, 해체 수준의 다른 부서 전보가 이뤄졌다”며 “인사권자의 입맛에 맞는 인사”라고 혹평했다.

도민이 쥐여준 권력을 사유화해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지, 악법도 법이니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도민들은 철저한 자아성찰을 전제로 한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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