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흡 선생의 역작 ‘제주인물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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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택 의사/논설위원

제주역사를 읽고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당시의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물은 제주역사의 맥락에서 파악이 가능하다.

지난 2014년 ‘제주향토문화사전’을 내었던 김찬흡 선생이 역작 ‘제주인물대사전’을 최근에 새로 내놓았다. 이로써 우리는 제주도의 역사를 풍부하게 접하며 의미 있는 인물사전을 비로소 갖게 되었다.

편저자인 향토사학가 김찬흡 선생은 자타가 공언하는 인물통이다.

‘20세기인명사전(2000)’, 제주사인명사전’(2002), ‘제주항일인사실기(2005)’, ‘제주애월읍명감(2012)’등을 발간해 인물사(史)에 관한 한 도내에서 독보적 위치에 계신 분이다. 제주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한 지 60년 만의 결실이라고 한다.

이번에 펴낸 사전에는 탐라시대부터 현대(2016)에 이르기까지 제주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인 고을나를 비롯하여 2895명의 인물을 항목화하여 서술했다. 그 분량이 200자 원고지 1만여매에 국배판(227 x 303mm) 916쪽에 달한다.

제주도 인물사는 ‘탐라지(1653)’, ‘남환박물(1704)’, ‘제주읍지(18세기)’, ‘제주군읍지(1899)’, ‘탐라기년(1918)’, ‘증보탐라지(1953)’ 등에 간략한 인명소개 수준의 전통적인 인물고(考)가 있었으나 1969년 ‘제주연감’의 인물록 등장으로 본격화하였다.

지금까지 통념상 인물사전을 역사발전의 ‘공훈록’ 또는 ‘역사의 심판’과 같은 성격으로 파악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인명의 등재를 선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록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전에서는 이념과 신분을 가리지 않았고, 평범한 주민 가운데에서도 역사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대표성과 상징성만으로 등재된 이가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미친 영향력 있는 실존 제주민 외에 목민관·경래관·유배인 등도 망라했다. 독립유공자는 물론 좌익계 인물과 월북인사도 실려 있다.

말하자면 인물사로서의 성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출처와 원문이 밝혀 있어 단순한 인명사전이 아닌 ‘인물로 읽는 제주사’, ‘인물연구서’로 만들었다.

편찬방식은 가·나3다 순으로만 정리, 각 분야의 인물들을 명사화·항목화·단순화하여 찾기 쉽고 참고하기에 편리하도록 했다.

인물항목을 읽으면 관련된 역사도 알 수 있도록 항목서술에서 일반사적 관련성을 중시했다.

그러나 관련연구서가 많은 인물들은 기술 분량이 너무 많다. 가령, 송시열은 3쪽반(원고지 200자 45매), 김정희는 3쪽을 점하고 있다. 독자의 역사의식을 함양하려면 이런 인물의 생애에 대해서는 관련서적을 소개하고 안내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할 것이다.

김찬흡 선생의 인물사전은 제주인물사의 새로운 스타일이다. 그러므로 인물사전의 의미에 대한 발전적 논의를 제기한 문제작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편찬방향과 방법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사전’이라는 명칭인 만큼 항목별 서술 분량과 내용이 인물의 중요도에 따라 차별화하기보다는 일정분량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방대한 분량을 작업하다 보니 서술내용의 오류나 누락과 부실함이 없지는 않다. 그 타당성을 검토한 뒤 빠른 시일 안에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 사전은 종전의 이념이나 경력 중심과는 달리 질량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우수한 사전이며, 인물관계 연구서의 결정판임을 자부해도 좋다. 기관마다 갖춰 요긴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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