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를 생각나게 하는 내 아이
과거의 나를 생각나게 하는 내 아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지금부터 30년 전, 나는 아버지께 참 많이도 반항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닌데 왜 그렇게 아버지의 모든 것이 못마땅했을까? 그러면서 부당하다 생각하면 단 한 번도 속으로 삭이지 못하고 바로바로 아버지께 항의를 하곤 했다.

 

아마 그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어찌 저리 버릇이 없을까?라고 생각할 정도였을 것 같다. 지금도 떠오르는 기억은 아버지는 예전 분이셔서 아들을 참 중히 여기셨다. 그 부분이 늘 서운했던 나는 큰오빠의 아들을(나보다 겨우 세 살 아래인 조카) 나보다 우선시 하는 것 같아 막 다그치며 아버지께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 빙그레 웃으시며 바라보기만 하셨다. 다른 아버지 같았으면 큰소리로 야단치셨을 법한데도….

 

그런데 며칠 전, 그때 내 나이 쯤 된 딸아이가 나의 흰머리를 염색하다 남은 것으로 아빠한테도 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염색이라곤 당최 생각도 안해본 남편은 안하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아이는

 

“아니, 염색약이 남아서 조금 하면 좋은데 왜 안하는 건데?” 하고 서운해한다. 내가 보기에도 아이는 과하게 서운함을 표현했고, 그런 딸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남편은 목소리까지 높이며 딸아이를 나무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언뜻 나의 20대 초반 시절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아이는 이렇게 나를 꼭 빼닮았을까? 하는 생각과 각자 아버지의 모습은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예전에 나의 아버지는 당혹스럽게 다그치던 딸의 반항에 웃음을 띄우는 모습을 보였고, 내 남편은 딸에게 같이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 딸과 아버지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나면 그게 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알게는 될 터이다.

 

딸인 나도 그런 딸일 내 아이도 그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인 게 마음 아프다. 내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지금 딸과 같이 흥분하는 남편의 모습보다는, 어찌 그 차이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게냐는 표정으로 자애로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더 보기에는 좋을 것 같다. 못내 서운해하는 딸에게 엄마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해주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00와 엄마는 정말 신기하게도 닮은데 그런 딸에게 보여지는 아버지의 모습이 다른 것은 운명일 수 밖에. ” 자애로운 아버지를 만난 엄마의 운명과 딸과 같이 흥분하는 아버지를 둔 내 딸의 운명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했다.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너무 달라 혼란스럽다는 아이에게 ‘아마 아빠는 엄마와 같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해서일 거’라고 위로를 하며 부모의 모습에서 자녀가 부모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보인다는 사실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부모는 이렇게 자녀의 거울이 된다. 자녀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사라진 옛모습을 재현하기도 하고, 과거의 부모에게서 오늘의 내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