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이해되는 법과 규범, 그리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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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행정지원실장/논설위원

‘상식의 오류’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상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 논리에 맞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사례들을 소개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책의 제목에서 말하듯 ‘상식’ 자체가 오류를 내포하고 있거나, ‘상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상식’을 모르는 경우, 소위 ‘자기만의 상식’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치관 혼돈시대에 살고 있는 세인(世人)들에게는 한번쯤은 되짚어 볼 만한 대목이다.

우리는 흔하게 ‘상식적으로’, ‘상식 수준에서’ 또는 ‘몰상식하게’라는 표현으로 상식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과연 ‘상식(常識)’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의 ‘상식’을 살펴보면,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 지식, 판단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다른 사전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 이해력, 판단력 및 사려분별(思慮分別)”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전적 정의도 다소의 차이가 있음인데, 일반인의 정의는 사뭇 많은 다름이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겠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에서 ‘진심’을 한자로 표기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심(眞心)으로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청첩장에도 ‘진심(眞心)으로 축하(祝賀)합니다.’라고 씌여 있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이 표현은 ‘정말로(진짜로) 축하합니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진정으로 표현하고픈 의미는 ‘마음을 다해 축하합니다.’일 것이다. 즉 ‘진심(盡心)으로 축하합니다.’ 가 바른 표기이다. 상투적 표현이 상식적 표현으로 변질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불법(不法) 영역에서 평등을 주장할 수 없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가령 두대의 차량이 신호위반을 하였고, 마침 경찰단속에 앞 차량만 단속이 되었을 때, 단속된 차량의 운전자가 “왜 나만 단속을 하느냐, 뒷 차량도 함께 단속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경우이다. 결국 “똑같이 위반한 뒷 차량을 단속하지 않았으니, 나도 단속하지 않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맞다”라는 항변인 것이다. 항변자의 평등에 대한 잘못된 상식에 기인한 사례이다. 법언에서 말하고 있듯, 그러한 주장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상식의 오류를 제시해 본다. 세간에 수없이 회자되는 ‘사전구속영장’의 사례다. 이는 정말 가관인 경우이다. 영장은 대한민국 헌법 제12조에 영장사전주의를 표명하고 있기에, 영장과 사후영장 두종류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전구속영장이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 조어(造語)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대다수의 언론이 감정야기를 위해 오류를 생성하는 해프닝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논쟁의 말미에서 ‘상식 수준에서’라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상식’이 잘못 인식된 상식(?)이거나, 상황과는 맞지 않는 상식이거나, 원천적으로 상식이 아닌 경우라면, 이제 누구의 상식이 맞느냐를 따져야 하고, 이제 한 측은 몰(沒)상식 내지는 비(非)상식으로 규정됨을 회피하기 위한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세상(世上)이 혼란스럽고 세인(世人)들은 당혹스럽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사태, 개헌 논의와 더불어 조기 대선론, 대내외 경제위기, AI문제, 사드 등등…. 각론(各論)없는 어렵고 난해한 문제들이 산적한 작금의 현상이다. 그야말로 상식의 마지노선이 흔들리면 이젠 대안도, 희망도 없다.

상식에 근거한 법과 규범이 만들어지고, 그러한 법과 규범이 제대로 작동되어, 상식인(常識人)이 살아감에 보루로서의 역할이 담보되는, 말 그대로 상식 통용의 사회가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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