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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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수석연구원/논설위원

온 세상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있다. 에드가 모랭이 말한 ‘어둠과 안개의 세계’가 계속되고 있다. 누구도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다각적인 시대의 성난 소용돌이가 우리 모두를 집어 삼키려 하고 있다. 갈브레이스가 표현했던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 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 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내가 드라마 ‘도깨비’를 본방 사수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에서 예전 나의 용모를 선명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인의 내면의식을 형상화한 도깨비의 성정(性情)에서 불확실성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 까 해서 이다.

도깨비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갖고 있어 자신이 수호신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다. 순간이동으로 ‘소’ 먹으러 캐나다에 다녀오는가 하면, 자신이 기분 나쁘다고 멀쩡한 날에 비가 오게 하고, 도깨비 신부에게 멋져 보이려고 메밀꽃 활짝 핀 들판에 느닷없이 첫눈을 내리게 한다.

‘불확실성’,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은 1970년대 경제학계에서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사회?정치?경제?행정?정책?환경?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의 부족” 또는 “미래에 전개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명확히 측정할 수 없는 상태”로 정의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다루는 요소로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모두 제거하는 불확실성의 감소, 의사결정자가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불확실성의 인정,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의 무시하고 왜곡하는 불확실성의 부인,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운동 혹은 불확실성의 인정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불확실성의 합리화 등이 있다.

기어트 홉스테드에 의하면, 국가 또는 문화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감수성의 정도가 각기 다르다고 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감수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불확실성 회피’는 한 문화의 구성원들이 불확실한 상황이나 미지의 상황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홉스테드는 한국인의 불확실성 회피 지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강한 나라에서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바쁘고 안절부절 못하며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며 활동적이다. 또한 어떤 것이 더럽고 위험한지에 관한 분류가 엄격하고 절대적이다. 아울러 열심히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강한 나라의 국민은 자기들이 권력자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강한 나라에서는 공무원이 정치와 정치가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때로는 역동성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지나친 확실성은 미래에 대비하는 발전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달리 보면, 이는 엄청난 기회의 시대가 될 수 있다. 스포츠를 비롯한 문학이나 예술은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들이 할 일은 없어지고 만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대가로 우리가 존재한다.

도깨비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고 총애를 받아왔던 것은 도깨비가 인간을 바로 볼 줄 알며 악한 사람을 벌줄 수 있는 신(神)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짓말하는 사람, 의리 없는 사람, 탐욕스런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능력의 소유자는 아닐지 라도 ‘민의(民意)’를 바탕으로 한 ‘소신’과 ‘원칙’을 지닌 대한민국 도깨비의 출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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