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사료가 수록된 대정읍지 책장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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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표현이 있다. 기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과거의 기록이 있어야 그것을 배우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우수성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부터 철종때 까지 총 1894권 888책의 방대한 분량인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500년 역사를 담은 사료다. ‘조선왕조실록’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엄격한 규율에 따라 작성됐다.

사관은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왕의 언행과 사생활을 놓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기록하지 말라는 왕의 말까지 글로 남기는 등 솔직함과 대범함을 보였다.

왕의 실록은 반드시 해당 왕의 사후에 작성됐고, 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실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 이는 사관들이 독립성과 비밀성을 보장받았기에 가능했다.

‘조선왕조실록’이 있었기에 500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나 TV 드라마 등을 통해 500년 전 구중궁궐에서 이뤄졌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한국사 연구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자료로 평가받는 ‘조선왕조실록’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최근 서귀포시 대정읍사무소에서 열린 ‘대정읍지’ 출판 기념식은 필자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시킨 행사였다.

1983년 읍지 발간 논의가 시작된지 33년 만인 올해 빛을 본 대정읍지는 1권(지리·자연·인문·역사편), 2권(문화·민속편), 3권(마을·인물편) 등 총 3권으로 엮었다.

필자는 총 3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과 희귀한 사진자료, 상세한 사료(史料)에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더욱 놀라웠던 것은 꼼꼼한 고증을 거쳤다는 점이었다.

68명의 집필진들은 역사적인 사실에 있어 근거가 없는 자료는 과감히 폐기하고 후대의 몫으로 넘겼다.

반면 역사적인 인물의 경우 사상이나 이념에 편향됨이 없이 모두 열전 코너에 과감없이 집어넣었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는 열전에서 빼야 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해당 인물의 공·과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정읍지’는 이 외에도 상모리에 있는 육군 제1훈련소 정문에 대해서도 옛 기록과 증언 등을 통해 정문 설계자가 과거 평양철도에서 토목을 전공했던 이영식씨임을 밝혀냈다. 당시 훈련소 소장으로부터 대한민국 위상에 맞게 설계하라는 명령에 의해 설계됐고 1952년 시설됐다.

확인된 사실만을 담아야 한다는 편집 방침에 따라 필진들은 국가기록원, 국회도서관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있는 주요 도서관과 박물관 등을 뒤지며 기존에 발간된 각종 도서에 있는 오류도 바로잡았다.

읍지 발간을 위한 집필 과정에서 빨리 책을 만들라고 재촉이 많았지만 집필진과 편집위원들은 더디다가도 완벽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처럼 취합된 자료에 대한 꼼꼼한 검증 절차가 있었기에 어느 역사서와 견줘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귀한 ‘옥동자’가 빛을 보게 됐다.

읍지 발간에 필요한 예산 3억원 중 2억550만원은 주민과 출향인사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충당된 점도 나름 의미가 있다.

책장을 넘기며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은 소중한 역사적 보고(寶庫)다.

오랜 인고 끝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료를 모아 책으로 엮어낸 대정읍 주민들에게 거듭 찬사와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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