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허상수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논설위원

백만촛불 평화시위, 명예혁명, 광장정치가 일상적으로 반복되어 되뇌어 지고 있다. 11월 국민항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12월 바람이 불거나 추워졌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번 국민항쟁은 7차례 촛불 시위에만 745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헌법 위반, 정상국가체제 붕괴, 사회계약 파괴에 분노하고 실망한 이들은 남녀노소, 좌우이념을 넘어 모든 이들이 전국적 규모에서 참가했다. 누구도 처음 2만 명이 나섰을 때만 해도 이만큼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6차 집회는 116배 늘어난 232만 명을 기록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절규하였을까?

한나 아렌트는 근본적이고 급격한 변혁을 ‘새로운 질서’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위대한 거리의 정치는 낡은 질서의 부조리한 관행을 전면 거부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이는 이번 국민항쟁을 4·19나 1987년 6월 민주화국민대항쟁에 빗대어 말한다. 이들 양자는 거리정치가 전면적으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없지 않다. 6월 항쟁은 시민사회와 야당이 합세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운동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운동중심이 뚜렷하지 않고, 매우 광범위한 국민 참여가 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민사회와 공조, 연대, 협력하지 않고 국민주권운동본부를 발족해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외부와 결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통령 퇴진 및 국정정상화 운동본부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이들 야당들은 한편으로는 야 3당 탄핵공조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따로따로 행보하고 있음을 쉬이 알 수 있다. 시민명예혁명을 죽이는 행보다.

거리에 나선 유권자들은 이런 정당행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은 박근혜의 헌법위반과 국정농단에 공동정범이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정당 해체 주장을 들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책임 추궁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주권자들의 광장정치는 폭포와 같다. 빠른 속도로 내리치며 기존 정당정치의 관행을 쓸어내고 있다. 대통령 하야뿐만이 아니라 검찰 구속수사와 하옥까지 절규하고 있다. 이 새로운 질서는 결코 유권자만이 만들어 낼 수 없다. 민주개혁정치세력과의 연대, 새로운 연합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 야 3당이 개별적으로 독자적으로 주권 운동과 국정정상화 운동을 할 게 아니라 ‘2017민주평화포럼’과 ‘민주주의국민행동’과 같은 국민주권 운동 모임을 매개로 해서 시민정치 운동과 결합하여 명실상부한 국민운동체를 건설해서 질서가 잡힌 공동 행동을 전개해야 한다.

야 3당 대표와 노동자·농민단체, 시민사회 대표가 나란히 서서 탄핵이후 새로운 한국의 미래와 전진을 위한 대행진을 해 나가야 한다. 불통과 무능력, 무책임과 무기력으로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의 동토에 정의와 인권, 평등과 평화를 부활시킨다는 결의와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오늘날 이런 새로운 질서의 형성과 전개는 1987년 체제가 낳아 준 절차적 민주화 역시 실질적 민주화와 병행하지 않으면 형해화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우유부단한 개헌논의나 권력자들의 파워 게임에 묻혀 국민운동의 열기와 희망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광장정치의 민주화 열기와 의회 정치의 제도화 능력이 결합해서 이 탄핵국면 이후의 새로운 민주공화국에서 실현할 올바른 방향과 진로, 경제사회노선과 정책에 대한 진지한 협의와 연합정치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은 항쟁의 빠른 속도 전개와 광범위한 참여 폭만큼 올바른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힘의 속도와 크기만큼 방향에 따라 새 질서는 달라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