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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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초기의 대표적 경전인 ‘숫타니파타’의 명구(名句)다.

열반에 든 법정스님도 수행(修行)을 할 때 오두막 한 쪽 벽에 이 글귀를 적어 놓고 눈에 들어 올 때마다 외웠다고 한다.

여기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인간의 모든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뿔이 하나 뿐인 코뿔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히 정진(精進)하라는 뜻일 것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공지영이 1993년에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한국 사회의 남녀 차별과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의 문제를 대학 동창인 세 명의 기혼 여성을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정치적 운동인 ‘페미니즘’ 논쟁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강수연, 심혜진, 이미연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 세 명이 출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가 소설의 제목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정한 것은 여성들이 남녀 차별과 여성 억압에 굴하지 않고 참된 자아를 찾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탄핵 표결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가결되더라도 헌재의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재의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퇴진을 하지 않고 탄핵안 심사 과정에서도 적극 변론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기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박 대통령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겠다는 의미로 국민들이 받아주길 원하는 걸까.

그렇다면 말을 잘 못해도 한참 잘 못한 것이다.

부처님은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욕망과 거짓, 애증, 집착을 버려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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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4-01-06 19:05:35
공지영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