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밭과 치유농장(care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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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 논설위원

촐래가 반찬이고 반찬이 촐래였던 시절, 할머니 집에 가면 나는 늘 반찬투정을 했다. 우영밭 거쓴(‘얼른’의?제주어) 돌면 생겨났던 밥상 가득한 송키와 자리젓만으로도 진수성찬 부럽지 않게 식사하시던 할아버지의 미소를 난 동의할 수가 없었다. 짜고 가시투성이 자리젓에 제멋대로 자란 저 풀들이 뭐가 맛있다고.

제주지역 노인문화는 육지부 논농사지역 어르신들의 그것과 아주 다르다. 장자 중심의 상속을 하고 나면 노동에서 손을 떼어 여생을 즐기던 논농사지역 어르신들과 달리 토지생산성이 낮고 조방적 밭농사지역인 제주지역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가능할 때까지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가서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생업을 위한 노동을 하였다. 제주농가에 있었던 ‘우영밭’이나 고령해녀들을 배려한 ‘할망바당’의 존재는 이런 차원이라고 보여진다.

이런 제주지역 노인문화에 아주 적합한 노인요양시설(혹은 프로그램)로 ‘케어팜’을 들 수 있다. ‘치유농장’ 혹은 ‘돌봄농장’이라고 하는 케어팜은 ‘치유농업’이다. 노인복지차원에서 치유농업(Care Farming)은 치매 어르신들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식물, 동물, 음식, 농촌의 문화 및 향토자원 등 농업과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치유형태이다. 사회·치료적 원예(치료), 동물매개 개입(치료), 생태치료, 야생치료와 함께 녹색치유(Green care) 개념에 포함된다.

치유농업은 기존의 농사 활동이나 체험 활동에 치유나 돌봄 활동을 결합한 치유농장이 그 대표적 경우이다. 녹색치유농장은 농업을 통한 녹색치유(green care fin agriculture), 건강을 위한 농업(farming for health),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라는 용어와 함께 사용되고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분야를 넘어 복지, 고용, 관광, 생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럽에서 이미 활성화 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치매노인을 위한 케어팜 농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치매환자나 정신장애인 등의 재활을 돕기 위해 농업·농촌과 향토자원이 가진 치유기능을 잘 살리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당장 도내 노인요양시설을 돌봄농장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치유농업의 취지와 기능을 프로그램화해서 서비스하거나 복지시설과 농촌, 농업이 결합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형태로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당초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부모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은 포르스터 한트(Vorster Hand)씨가 농장 승계 후 아스파라거스, 상추, 콩 등을 재배했지만 농업생산만으로는 장래성이 보이지 않아 농장경영의 다각화를 고민하던 중 간호사 경력을 지닌 아내와 함께 2003년 케어팜을 시작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는 케어팜을 통해 농장운영을 증대시키고, 농장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농가소득과 고용을 증대시키고 케어서비스 또는 의료기관과 공식적으로 연결되어 지역사회에 새로운 복지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지역공동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각 지자체가 갖고 있는 농업과 자연환경 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치유농업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원예치유센터 및 농장, 동물치유센터 및 농업치유시설을 유치하여 치유농업을 복지는 물론 관광에도 접목시켜 힐링농업관광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힘이 다할 때 까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자립적 노인문화를 가진 제주지역에서 농업과 농촌·복지·관광을 융복합화하여 농업소득과 농촌고용을 증대시키고, 무엇보다 어르신의 삶의 경험과 정서를 아우를 수 있는 치유농업과 돌봄농장이 제주지역에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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