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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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 前수원대 법대학장/논설위원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TV의 토론에 나온 논객들은 저마다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바,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개개의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거나, 전체적인 숲은 생각하되 개개의 나무는 보지 못하는 식의 주장과 반론을 계속하는 것 같다. 이미 우리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대하여는 정설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여하튼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굳이 이분법적으로 말한다면 나름의 기준으로 분석해 볼 때 보수주의 입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것 같다.

첫째, 국가·사회의 제반 제도를 급격히 바꾸기 위하여 근본적인 법의 제정·개정은 법률생활의 안정을 해치게 된다.

둘째,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기본적 세제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것은 자유주의·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자본가들의 의욕을 상실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의 저소득계층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도 있는 일종의 병리현상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자조달을 할 수 없는 것은 국가가 복지예산을 확대·증가하여 해결해야지 가진 자들의 창의력까지 부정하는 세제의 채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셋째, 남북이 대결되어 있는 우리가 처해 있는 현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방어적 민주주의에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반면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주장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 내용이 다양할 것이다. 허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기본 제도에 안주해 온 사고를 바꾸고, 나쁜 관행을 양산하는 법을 제정·개정하여 모든 부정·부패를 척결하여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정치자금을 최소화하고, 투명화 시키고, 기업가들이 비정상적으로 부를 보장해 주는 각종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고, 가진 자의 투기를 원천봉쇄하며, 교육제도를 장기적 안목에서 획기적으로 개혁하고, 복지예산을 대폭 증가시키는 등 국가사회의 제반 병리현상을 신속히 없애기 위하여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남북문제는 이데올로기 대립차원이 아닌 가진 형제가 너그러워지는 식의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고와 정책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이 나름대로 보수와 진보의 입장으로 나누어 주장을 열거해 보았으나, 과연 두 입장이 첨예한 대립 구도를 갖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안정적 개혁’, ‘개혁적 보수’, ‘국민적 보수’, ‘개혁적 중도 보수’ 등의 구호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기존 틀 안에서 부분적·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것 같다.

또한 진보주의 입장에서도 자유·자본주의를 부정하거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예측 불능의 혼란을 가져오는 개혁을 하자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복리국가라고 하려면,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하는 몇 가지 지표를 개선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어느 편에 서는 것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방편이 아닌지, 그래서 그 주장이 정치적 대결은 아닌지에 대한 국민적 고민이 요구된다. 또한 진보와 좌파만을 연결하는 개혁개선을 회피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생각은 아닌지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요한다.

다시 말하면 제반사회모순의 개혁을 외면하는 것은 보수의 갈길이 아니고, 급격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진보의 갈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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