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등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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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수필가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우리 나라를 일컬어 ‘동방의 등불’이라 했다. 그의 시집 ‘기탄잘리’의 35번 송가(頌歌)가 가미되어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 시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찬란한 빛이 되리라./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속 깊은 진실의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 벌리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런 자유의 천당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그렇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따라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후박한 정을 토대로 살아온 우리는 자랑스런 배달의 후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일이!? 온 나라가 그야말로 혼돈의 늪에 빠져 좀처럼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망연자실, 자괴감, 허탈, 흙수저 등 온갖 부정적 어휘가 예사로이 회자하는 세태를 보는 범골(凡骨)의 가슴엔 응어리진 울화만 치민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막힌 일모도궁(日暮途窮)의 형국. 정녕 길은 없는 것일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역시 모든 게 인간의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흔히 백세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기실 백 년을 살기 힘든 우리네 삶. 무에 그리 버거운 짐을 자처하여 짊어지려 하는지. 어리석은 중생들을 향해 ‘무소유’를 일갈하신 법정스님께서 살아 계시다면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그들만 모르는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요,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는 것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인 것을. 혹자는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지게 마련이라 말한다. 그러나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제 살 깎아 눈물 흘리면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종이컵 속의 촛불도 있다. 그래. 시련은 극복하라고 존재하는 것일 게다. 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도 민초들의 합심의 손길에 의해 머지않아 순조롭게 풀리리라. 아니, 반드시 풀려야 한다.


가뜩이나 시린 가슴에 한 줄기 스산한 바람이 스며든다. 이 허허로움이 쉬 가시게 제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아, 필자는 ‘이러려고’ 펜을 들었는가. 잔뜩 찌푸린 하늘이 겨울을 향해 떠난다 하누나.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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