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고미술품 분야 '최고의 경지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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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숙 예나르 대표, 제주 공예품에 애정과 관심 쏟아부어
"요즘 제주인, 다른 지방을 동경하면서 제주문화 정체성 흔들려"
▲ 서울 경복궁 맞은편 소격동에 있는 고미술품 화랑 ‘예나르’에서 양의숙 대표가 제주의 문화 발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반질반질 손때 묻은 제주궤, 대물림 해온 제주옹기, 순백의 자태가 은은한 백자항아리, 제주인에게서 사랑받았던 눈사발….

제주의 고가구와 도기·민화 등 일상의 공예품이 귀한 유물로 대접받는 이유는 국내 최고의 민속품 감정가이자 고미술품의 전문가인 양의숙씨(70·갤러리 예나르 대표)의 프로정신 때문이다.

양 대표는 1995년 3월 첫 방영된 ‘TV쇼 진품명품’에 출연해 지금까지 21년째 민속품 감정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고미술품에 대해 국민들의 안목을 높여준 장본인이다.

그는 방송 대본도 없이 즉석에서 도자기·회화·금속·목각·고서 등 고미술품을 보면서 시대와 용도·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왜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대중의 관심사가 됐고, 국민들의 감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우리 공예품에 쏟아 부은 시간과 남다른 애정으로 그는 고미술품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그의 높은 식견과 안목으로 발견한 것이 제주 궤(반닫이)다. 소박하고 투박한 이 장방형 궤는 조상들의 숨결과 손때가 묻어있어서 시대를 거슬러 그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다.

정작 제주도에서 제주의 유물을 등한 시하는 점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주에 등록 박물관이 100여 개가 있지만 제주다운 박물관은 드물고 육지의 것을 본뜬 박물관이 많이 생겨서 안타깝다”며 “이로 인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추구하는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의 선대들은 제주의 문화·방언·풍습을 지켜내기 위해 연구를 해왔지만 요즘 제주사람들은 외지인들이 누리는 문화를 동경하면서 제주의 주체성과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제주사람들이 외지인에게 배타적이라는 말은 옛말”이라며 “오히려 그들을 동경하고 따라하면서 제주 문화가 경쟁에서 뒤지고 차별화를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독특한 제주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려면 다른 문화와 비교·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전문가 집단인 외지인들보다 앞서가려면 제주인들은 제주만의 갖고 있는 핵심적인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대표는 2006년 한경면 저지예술인마을에 전통한옥 ‘선장헌’을 짓고 둥지를 틀었다. 선장헌은 ‘배를 만드는 장인의 집’이라는 뜻이다.

지난 10월에는 저지예술인마을에 ‘스페이스 예나르’를 개관했고, 개장 기념전으로 제주만의 색과 멋을 담은 ‘제주공예, 홀리다’를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열었다.

반닫이·발궤·이층농·살레(찬장) 등 고가구를 비롯해 옹기·눈사발·청화백자·제주민화 등 평생을 모아 온 200여 점의 제주 공예품을 선보였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제주에서 19년을 살았고, 50년은 서울에서 살면서 마음 한 구석에 짐이 돼 왔다”며 “제주의 정체성을 찾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 계승을 위해 전시회에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달부터 현대 미술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스페이스 예나르에서 ‘프린트 베이커리’ 기획전을 열고 있다.

유명 화가들이 그린 고가의 원화를 디지털 기법으로 똑같이 제작해 부담 없는 가격에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

작가의 친필 서명과 에디션 번호가 새겨져서 가치를 더하고 있다. 예술이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 것이다.

양 대표는 “문화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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