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橘花香(귤화향/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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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知山 李鐘禹(작시 지산 이종우)

三四農家不遠斜 삼사농가불원사 삼사농가에서 멀지 않은 비스듬한 땅

巨些園囿黑龍叉 거사원유흑룡차 크고 작은 과원 경계 돌담이 교차하네/

暖春已過麥秋至 난춘이과맥추지 따뜻한 봄이 지나 보릿가을 다달았는데

殘雪漢拏麋鹿耶 잔설한라미록야 한라산 잔설이 사슴의 엉덩인 양 하고/

橘柚林中鳴布穀 귤유림중명포곡 귤나무가 숲을 이룬 중에 뻐꾹새 울고

防風樹上呼儔鴉 방풍수상호주아 방풍림 위에서는 까마귀 짝을 부르네/

㐚來緩步香何處 올래완보향하처 올레길 산보하는데 이 향기 어디서 오는가

滿綠叢叢半白花 만록총총반백화 짙푸른 떨기떨기에 반은 흰꽃일세/

 

▲주요 어휘

△巨些=클 거, 적을 사, 크고 작은 △園囿=동산 원, 동산 유, 밭이나 과원

△黑龍=검을 흑, 용 용, 제주도 돌담을 黑龍萬里라 하고 있다 △叢=떨기 총

△麥秋=보리 맥, 가을 추, 보릿가을, 음력 4월을 맥추월이라 함

△布穀=배포, 곡식곡, 뻐국새, 권농조라고도 함 △儔鴉=짝주, 까마귀아

△㐚來=의미없는 올, 오다 래, 원래는 마당에서 큰길까지의 길을 ‘올레’라 하였으나 도보로 산책할 수 있는 길을 말하고 있다. 

 

▲해설

호젓한 서너 농가에 이웃하여 그리 평평하지 못한 땅에 크고 작은 과원이 경계를 이루는 제주특유의 검은 돌담이 얼기설기 교차한다. 따뜻한 봄철이 지나고 이제 보릿가을에 이르는데, 아직도 한라산에는 노루나 사슴의 흰 엉덩이가 마치 흰 눈처럼 보이며, 여름과 겨울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만의 풍경이다.

귤나무와 잡감의 숲 속에서는 뻐꾹새 울어 농사일을 재촉하고 높은 방풍수 위에서는 까마귀가 짝을 부른다. 이러한 사이길 올레를 지팡이 끌고 천천히 걷다가 한적한 쉼터에 앉아 물 한 모금 들이 키고 긴 숨 들여 마시며 쉬니 짙은 꽃향기가 코에 닿는다. 눈을 들어 옆쪽을 바라보니 짙푸른 귤나무 가지마다에 떨기떨기 하얀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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