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상시(十常侍)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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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성 前 제주국제대 교수/중국언어문화학과/논설위원

중국 한(漢)대 건녕 원년(A.D.168) 영제(靈帝)가 어린 나이에 제위에 올라 통치능력이 없자 십상시(장양, 조충, 하운, 곽승, 손장, 필남, 율승, 단규, 고망, 장공, 한리 등 10여 인의 환관)는 영제가 정사를 멀리하도록 매일같이 주지육림에 탐닉케 하고는 한편으로 인물이 출중한 하진(何進)의 누이를 바친다. 영제가 장성한 후에도 그들의 농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곳곳에서 반란이 속출했다. 그중 황건적의 세력이 가장 컸는데, 난이 평정되자 십상시는 모두 열후(列侯)가 된다. 이를 기화로 이들이 천자의 칙명을 남발하자 하진이 누이의 세력을 동원하고, 제후들을 소집하여 이들을 제거하려다 오히려 죽임을 당한다. 때 맞춰 장수인 원소, 조조(曹操)등이 군을 이끌고 대궐로 진입, 십상시를 모두 도륙하였으나 나라가 대혼란의 와중에 빠진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국가의 흥망성쇠 여부는 통치자가 자신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을 기용하느냐에 판가름이 난다. 근간의 상황을 종합컨데 한미(寒微)한 일개 사이비 목사 출신 딸인 최순실에 휘둘려 국정을 이 지경을 만든 대통령과 소위 엘리트라는 참모들 면면이 목불인견이다. 유유상종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통치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할 출중한 사람을 참모로 임용하고,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

요즘 다시 거론되고 있는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의 7시간 소재불명 문제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당당히 나서서 밝혀야 한다. 소상히 밝히지 않으니 의혹이 계속 증폭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 변호인이라는 사람이 언급한 “여성대통령의사생활” 이란 무엇을 말함인가. 만약에 그 시점에 전쟁이 발발했다면 이 나라가 어찌 될 뻔 했는가. 국민이 국가안보의 책임과 권한을 장난으로 위임한 줄 아는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6일 만에 파죽지세로 한양에 진입할 지경에 이르자, 선조와 신료 왕족들은 “상감, 우리들을 두고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며 울부짖는 백성들을 뒤로한 채 서둘러 의주로 피난을 떠난다. 이에 분개한 백성들은 민초의 고혈을 훑어 지은 경복궁을 불살랐다. 6·25 때 이승만 정부는 북한이 남침해 오고 있는데 대전으로 도망가며 한강다리를 폭파해놓고 국민들에게 아무 일 없으니 걱정 말라는 방송을 대전 도착해서 했다한다. 이에 피난 가던 숱한 사람들이 한강에 빠져죽었다. 우리는 이런 비겁한 정부의 왕과 대통령 밑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다. 한국 같은 어수룩한 나라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살아있을 300여명의 아름다운 꽃들이 못난 정부, 못난 사람들 때문에 어이없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진 것이다.

당시 군복무 필한 영특한 대통령이었다면 상황실 지키며 해경에만 맡겨두지 않고 해군 UDT요원을 투입,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하게 선실에 대기하라는 선내방송대로 따라하다가 그 꼴을 당했는데,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대통령은 집무실에 있지 않고 7시간 동안 종적 없이 사라졌다가는 17시15분경에 나타나 “학생들이 모두 구명조끼 입고 있다는데 그리 발견하기 힘든가요?”라고 물었다. 이게 일국의 통치자인가? 일찌감치 세월호 사건 당시에 대통령을 직무유기혐의로 탄핵했어야 했다.

장·차관 대면보고도 받지 않고 전화나 문서로 보고를 받는다하니 지금 청와대는 조선왕실보다도 못하다. 영국사를 보면 엘리자베스1세 여왕이 매일 신료들의 대면 보고를 받고 격론을 벌이며 현안을 논의한다. 그 여왕을 존경한다면서 역사책도 안 보는가. 일찍이 알렉산더왕은 전시에 부상을 입으면 병사들 진료가 다 끝난 뒤에야 치료를 받았다. 국민 사랑이 이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격을 사그리 망친 박근혜씨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향후에 닥칠 엄청난 국민저항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비리, 비행의 책임을 통감하고 하야하기 바란다. 그리 둔감하게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사즉필생(死則必生)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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