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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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수필가/제주영송학교장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공무원들에게 독서를 위해 주는 특별 유급휴가였습니다.


세종대왕도, 젊은 공무원들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공무(公務)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정보의 재충전과 자아실현을 위해, 이 제도를 적극 권장하고 시행했습니다.


특히, 조선 최고의 젊은 지성들이었던 집현전의 관리들을 조용한 휴가지로 보내,  마음 편히 독서를 하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필요한 제반 비용은 국비로 전액 지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사람을 보내, 옷가지와 좋은 음식을 하사하며, 격려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인 훈민정음의 창제와, 측우기를 비롯한 과학기계의 발명 등은, 다양한 독서를 통해 풍부한 지식·정보를 체득한 ,조선의 공무원들이 쌓은 금자탑입니다.  


무려 64년을 재위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빅토리아 여왕도,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서운동을 펼쳤던 성군이었습니다. 특히 여왕은,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가량의 유급 독서 휴가를 주고,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다섯 편을 정독하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하는, 세익스피어 버케이션(shakespeare vacation)을 실시했습니다.


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건의 단초는, 그녀의 태블릿 피시에 내장되었던 대통령의 연설문이었습니다.


당대의 재사(才士)들인 청와대 비서관들이, 머리를 모아 작성한 국가 문서가, 금수저인 ‘강남 아줌마’에 의해 자의적(恣意的)으로 수정되고, 실제 대통령의 입을 통해, 세상에 발표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부끄러운 해프닝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들의 세심한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그녀(창졸간에 부모를 잃고 남편도 자식도 없는 대통령이, 외로운 심신을 의탁해 왔다는 평생의 반려자)의 감성만 가끔 빌렸다고 둘러대며,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렇지만, 번역기를 돌려야 이해된다는, ‘유체이탈 화법’의 담화를 믿은 국민들은 없었습니다. 퇴진 요구에  깜짝 놀라, 눈물까지 내비친 2차 담화도, 오히려 국민들의 가슴에, 실망과 분노의 100만개 촛불을 봉화(烽火)처럼 밝혔을 뿐입니다.


연일, 안개처럼 떠돌던 대통령의 무능과, 최순실의 호가호위 농단(狐假虎威 壟斷)이, 목불인견의 치부(恥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차제에, 대통령과 측근들, 국민의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모든 분들에게, 치열한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 바탕 위에, 상시로 ‘계급장을 뗀’ 치열한 토론, 또는 현대적 경연(經筵)을 통해, 막중한 국가의 아젠더를 설정하기 바랍니다.


곁들여, 사사로운 정(情)이나 부당한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임(委任)된 자리에 부합하는 창조적인 리더십을 갖추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써나가 주시기를, 국민의 권리로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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