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의 ‘이(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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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중앙병원치과 전문의

‘부드럽고 약한것이 강한것을 이긴다.’ 노자의 사상은 약자의 사상이다.


天下之至柔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馳騁天下之至堅  천하에서 가장 강한 것을 부린다. 도덕경 43장의 문구다.


치아(치관)는 법랑질, 상아질, 신경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잇몸뼈 쏙에는 치근이 있다. 이러한 전체 구조를 우리는 치아라 말한다. 우선 치아의 성질부터 살펴보자.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재생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아질은 범랑질 내측에 있으며 치수강과 작은관으로 이루어져 있어 온·냉이나 통각에 반응한다. 신경은 혈관과 림프관 등의 여러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즉, 신경은 상아질을 감싸고 그 위는 법랑질이 덮여있다. 흔히 충치라는 것은 범랑질에 생기는 세균에 의해 부식되는 현상을 말한다. 법랑질은 매우 단단해 충치균에 의해 크게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랑질은 작게 뚫고 안으로 들어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아질 층에서 충치를 확장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충치의 역역이 확장되면 가장 단단한 법랑질은 자신보다 약한 상아질의 지지가 무너지면서 쉽게 깨지게 된다.


상아질은 법랑질에 비해 많이 약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충격에 완충작용을 하여 쉽게 힘을 흡수한다.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는 셈이다. 완충작용은 상아직과 연결된 치수강과 치아 전체가 뼈와 연결되어 잡아주는 치주인대에 의해 작용된다.


도덕경 43장의 말처럼 말랑말랑한 치수(신경)가 상아질을 부리고 상아질은 법랑질을 부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人之生也柔弱(사람이 살아 있을 적에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其死也堅强(죽고 나서는 굳고 강해진다). 萬物草木之生也柔脆(만물이나 초목들도 살아 있을 적에는 부드럽고 여리지만), 其死也枯槁(고 나서는 말라서 뻣뻣해진다). 故堅强者死之徒(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柔弱者生之徒(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도덕경 76장’ 치아도 마찬가지다.


치아가 살아있을 때는 부드러움으로 강한 충격을 흡수해 내지만 치아가 죽었을 경우 굳고 뻣뻣해져 강한 충격에 깨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법랑질은 강하지만 생명이 없는 상태라 재생을 하지 못하고 상아질은 그 보다 약하지만 상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재생이 가능하다.


법랑질은 강하나 상아질의 지지 없이는 강하지 못하다. 상아질은 법랑질을 지지하며 부리나, 법랑질이 없으면 세균에 의해 쉽게 부식된다. 치아는 외부의 반응에 민감할 수 있다. 그는 치아가 살아 있음을 뜻한다. 살아있는 것이 일종의 불편함을 줄 수는 있으나 그 불편함은 정도에 따라 감수를 하며 살아가고 이를 받아들일 정도를 넘어서면 치과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우리 인생도 상의를 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법랑질 같은 경직된 사고는 상호소통에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 입안의 작은 구조에서도 세상사의 이치가 엄연히 존재하듯 서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우리들의 사고도 죽어있는 상태가 아닌 부드럽고 여리지만 유연한 사고를 갖고 살아간다면 삶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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