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와 핌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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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경기도 구리시의 상징물은 높이 100m의 ‘구리타워’다. 남산타워처럼 보이지만 실은 쓰레기 소각장 굴뚝을 이용한 전망대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단숨에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30층 높이에 있는 전망대에는 회전식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연인과 가족들에게 명소가 됐다. 아차산은 물론 한강과 서울의 화려한 야경을 조망할 수 있어서 구리시의 명물이 됐다.

구리시가 2001년 613억원을 들여 완공한 자원회수시설의 모든 난방과 온수는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폐열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우나시설과 수영장, 축구장 등 시민체육센터도 갖춰졌다.

충남 아산시는 높이 150m의 소각장 굴뚝을 ‘그린타워’라는 전망대로 만들었다. 이곳에는 건강문화센터(사우나·찜질방·헬스장), 생태곤충원, 장영실과학관이 들어섰다. 한술 더 떠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이곳을 ‘아산 환경과학공원’이라 명명했다.

2019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서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소각장+매립장)의 롤 모델은 구리시와 아산시에서 찾게 됐다.

구리타워를 방문한 정동면 동복리장은 “여기가 소각장 굴뚝인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총사업비 2034억원(국비 878억원·지방비 1156억원)을 투입해 하루 최대 500t을 소각할 수 있는 환경자원순환센터 밑그림이 그려졌다.

높이 80m(24층)의 굴뚝은 전망대로 변신하게 된다. 가칭 ‘동복타워’다. 이곳 역시 빙글빙글 도는 레스토랑과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 이장이 “광역 소각장이 에코 관광지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한 이유다.

동복타워 전망대에선 봉긋봉긋 솟아오른 오름은 물론 3㎞나 떨어진 푸른 바다와 무인도인 다려도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주 동부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친환경 관광·체육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주민들에게 최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9월 말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소각장 옆에 들어서는 전지훈련센터 조성사업을 부결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청소차량과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이곳에 함께 드나들면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환경자원순환센터를 혐오시설로 바라본 것이다.

위원들끼리도 입장 차가 커서 2시간의 논쟁 끝에 표결로 부쳐졌고, 과반수의 반대로 부결 처리됐다.

제주시가 39억원을 투입해 축구장 2곳, 야구장 1곳, 공원 등을 조성하려던 전지훈련센터가 무산될 위기를 맞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돈장 이설도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전지훈련센터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동복리 유일의 양돈장이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소각장을 마을에 유치하는 대신 냄새 민원을 유발하는 양돈장은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앞두고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내 집 뒷마당에는 안 된다)와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제발 내 집 앞마당에 해주세요) 현상이 교차하고 있다.

비단 이 마을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님비와 핌피 신드롬은 숱한 갈등을 부추겨왔다. 초등학교와 체육관, 보건소 등 인기 있는 공공시설은 우리 마을에 들어와야 하고, 하수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은 결코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했었다.

제2공항에 이어 오라관광단지, 제주신항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4조원(제2공항)에서 6조원(오라관광단지)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을 놓고 ‘무조건 반대’ 또는 ‘묻지마 찬성’이 엇갈리고 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님비와 핌피 현상을 불식시킬 혜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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