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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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 초빙교수/논설위원

요즘 보목동은 해녀들의 소라 물질이 한창이다. 보통 소라채취는 6~8월까지가 금채기지만, 가격 하락을 예상한 제주도내 주요 수협들이 입찰가격 전략상 10월에도 조업을 중단한 탓이다. 비가 오고 파도가 세서 물질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도 일주일째 강행군이다. 아침에 들어가서 해가 기울기까지 6∼8시간씩 지속하는 물질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 강도다. 인턴십으로 겨우 3시간 동안 물질연습을 하고서도 밥 먹을 기운조차 없었던 경험이, 습관적으로 바다를 살피게 한다.

드디어 해녀들이 성창으로 귀환하는 걸 보니, 태왁이 기우뚱거릴 정도로 망실이가 불룩하다. 역시 보목동 해녀들은 알아주는 상군들이다.

“8시간 넘도록, 무사 영 오래 물질헙디강?” 하며 타박하자, “오래만이 물질허는디, 게무로사 망실이는 채왕 나와사 될 거 아니냐게!”라고 응수한다. 그래, 저 억척스런 해녀정신을 누가 말리랴.

80을 훌쩍 넘긴 할망좀수도 오늘은 상군들과 나란히 들어오신다. 얼마나 진이 빠졌으면,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보인다. 망실이 가득 들어 있는 게 섶섬에서 자란 왕구제기(소라)들이다.

“무사 영 오래 물질헙디강?” 하고 다그치자, “물건이 배랑 어선!” 하며 배시시 웃는다. 바다만을 의지해서 물질로 살아온 할머니에게 소라는 자식처럼 소중하고 어여쁘다.

그런데 요즘은 바다가 오염된 탓에 소라가 부쩍 줄었다. 해녀들이 장시간 물질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만큼 물건이 감소한 탓이다. 오염의 주범은 생활하수, 양식장, 쓰레기 같은 것들이다. 실제로 양식장 하류에 서식하는 소라들을 관찰해 보면, 온몸이 미끈거리는 오물투성이다. 때로는 껍데기에 뾰족뾰족 솟은 살들이 닳아서 매끈거린다. 이 대머리 소라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기형들이다. 이들 오염원이 제거돼서 해녀들의 바당밭이 청정해지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제주해녀는 문헌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

한편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산 활소라의 1kg당 가격은 2011년 5300원에서 2016년 3850원으로, 5년 새 20%가량 하락했다. 채취량의 약 70%가 일본으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엔저와 기호 변화, 원전사고 등으로 소비가 부진한 탓이다. 언제까지 제주해녀들의 소득이 일본경제에 의존해서 희비의 쌍곡선을 그려야 하는가?

2015년 기준, 해녀의 1인당 해산물 채취소득은 연평균 약 715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 어촌가구의 연평균 어업소득 1223만원의 58%에 불과한 수치다. 이러한 소득의 저하는 노동의 강화로 이어지고, 과도한 물질은 연로한 해녀들을 조업 중 사망케 하는 사고로 귀결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10년간 제주해녀의 조업 중 사망자수는 72명에 이른다. 1000명 중에 3∼4명이 죽어가는 사망률은 세계 최고의 산재사고율이 아닌가. 최근 5년간은 45명으로 증가해, 연간 안전사고가 9명에 달한다.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서 해녀의 조업 중 사망률이 더욱 증가하는 현상을 무어라 설명할까.

지난 10월 31일 유네스코로부터 날아든 ‘제주해녀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권고’ 판정은 제주해녀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낭보이지 않을 수 없다. 11월 말경께 에티오피아에서 열리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포될 예정이다.

바야흐로 이제는 해녀의 조업중 사망을 개인사로 보지 말고 인류유산의 망실, 즉 공적 사건으로 다뤄야 할 때다. 제주해녀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조건으로서 ‘신청유산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마련되어 있을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조항이다. 이점이야 말로 ‘해녀가 어서시민 제주가 이추룩 발전허지 못해실 거여!’라는 어머니의 유산, 바로 해녀문화를 영원히 지속시켜 나가야 할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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