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화촌 고응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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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 시조시인

가깝게 지내던 지인 몇 분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만 애석하기 그지없다.

 

여기엔 평소 존경하던 화촌(華村) 고응삼(高(應三) 선생도 있다. 평생 교육자와 시인으로서의 길을 걸으신 분이다. 중등 교장으로 퇴임 후에도 제주교육박물관에서 한자교실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한복과 관(모자)을 쓰고 옛 서당 훈장 모습을 한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 백부님께서 고향 세화에서 계문서당을 열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일을 몸소 실천하신 것이리라.

 

1984년 제주시조시인협회가 창립된다. 우송 초대 회장에 이어 2대 회장을 맡은 화촌 선생은 제주시조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셨다. 특히 1989년 회원들의 작품을 엮은 창간호 ‘제주시조’를 펴낸 일은 제주시조문학을 반석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창간사에서 ‘이 땅에 우리 겨레 고유의 시조시의 씨앗을 가꾸고 키워나가는 일에 한몫을 다 한다는 바램과 전통성을 지닌 제주인의 문화에 이바지 하려는 뜻이 있다.’ 고 말했듯이 화촌 선생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에 높은 관심뿐만 아니라 제주의 신화와 전설, 민요가락 까지 섭렵하였다. 또한 국사편찬회 사료조사위원, 도문화재무형분과위원장, 제주서북학회 이사장, 탐라문화재단 종사(宗史) 연구위원장, (재)재암문화재단 장학위원장, 한국교육삼락회제주도회장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셨다.

 

수상집 ‘교단의 그림자’와 ‘제주의 바람소리’, ‘한라산의 무지개’ 두 권의 시조집도 발간했다. 시조집을 열어보면 제주의 풍광과 역사 고향을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을 형상화한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남다른 업적을 바탕으로 국민훈장 동백장, 대통령 표창, 제주시민상, 제주도문화상, 한국교육자대상, 한국시조비평문학상, 황산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림공원에 가면 화촌 선생 시비가 세워져 있다. ‘비양섬 한 폭 그림/ 재암천에 매어 놓고// 화산이 타다 남은 / 지하용암 숨쉰 자욱// 한 고을 따뜻한 나라/ 야자 수풀 열풍 일고’ (‘한림공원’의 첫 수). 이 시비제막식에 참석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제주시조시인협회 월례모임에 나오셔서 늘 인자한 모습으로 후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리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참으로 어른다운 어른이셨다. 일주일 후면 49제 마지막 제다. 모든 걸 훌훌 다 털어버리시고 극락왕생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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