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을 발산하면서 꽃을 피우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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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인간을 비롯한 동물처럼 식물의 삶의 형태도 복잡하고 흥미롭다. 식물들이엄동설한을 극복하고 지구을 가꾸는 과정과 종족 보존의 과정이 눈물겹다. 식물들이 살아가는 과정이 과학교재이며, 이로부터 인간이 배울 지식과 지혜는 무척 많다.


부두백합(voodoo lily)은 아름답고 고혹적이지만, 악취를 풍기는 식물이다. 이 꽃이 심한 악취를 품고 있는 것도 삶을 향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이 이국적인 모습의 백합은 정교한 생식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이 꽃은 열을 생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악취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신진대사가 최상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 이 꽃의 온도는 주위보다 15℃ 정도 더 높다.


이 정도의 열을 발생시키려면 이 식물의 신진대사율이 벌새의 것과 맞먹어야 한다. 이렇게 강한 열을 생성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이것은 열악한 환경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비상수단일 것이다.


이런 고약한 냄새를 발하는 것은 부두백합이 주로 썩은 고기를 좋아하는 곤충들에 의해 수분(pollination , 受粉)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썩은 고기의 냄새나는 화학물질을 생성·방출하여 딱정벌레, 파리 등 수분 매개체를 유인한다.


이와같은 유혹에 곤충이 수분실로 진입하면 높은 온도(약 40℃까지도 상승 가능)로 인해 곤충들은 계속 활발하게 수분 활동을 수행한다. 이 식물은 높은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주위로 효과적 냄새 방출·확산과 수분 활동을 원활케 한다.


열발생(thermogenesis)은 생물체에서 열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열발생은 모든 온열동물에서 일어나며, 부두백합을 비롯한 복수초, 스컹크 양배추, 그리고 자이언트수련(giant water lilies) 같은 발열식물(thermogenic plant) 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스컹크 양배추는 눈더미 속에서 열을 방출하여 자신만의 안락한 얼음 동굴을 만들어 꽃을 피운다. 이것도 지독한 냄새를 풍기기로 유명하며, 겨울에 꽃을 피운다.


이것은 눈과 얼음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지탱한다. 이 식물은 뿌리에 있는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켜 열을 방출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외부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원뿔형의 꽃 내부는 22℃ 정도로 따뜻하다


복수초도 스스로 난방장치를 가동하기 때문에 꽃샘 추위를 극복하고 봄의 전령사로서 대지를 가꾸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한다. 지금도 복수초는 다음 해의 봄을 장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식물의 발열현상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하나는 열을 발생시켜 꽃의 발육과 꽃가루의 성숙, 그리고 꽃가루관의 신장을 돕는 작용이다. 다른 하나는 발생되는 열을 이용해 꽃 내부의 냄새 성분을 뿜어서 꽃가루받이의 매개체를 유인하는 작용이다.


이런 식물들은 생물학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것은 식물들에서는 매우 미묘한 대사반응과 여타 응용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살리실산이 열발생을 유도하는 화학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물질은 버드나무속 식물의 나무껍질에서 처음 얻은 아스피린의 활성 성분이다.


우리도 올 겨울 엄동설한에 따뜻하고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희망찬 정유년 닭띠 해를 맞이할 수 있는 지혜를 심사숙고할 때이다. 한파 속에서도 열을 발하면서 꽃을 피우는 식물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노력하면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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