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가공용 감귤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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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 부국장대우

제주의 가을은 귤림추색(橘林秋色)의 계절을 맞아 황금빛 향기로 물들고 있다. 정겨운 밭담 너머 감귤원의 모습은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며 눈을 즐겁게 하고, 새콤달콤한 입맛을 다시게 한다. 짙은 녹색의 잎사귀 사이로 주렁주렁 달린 노란색 귤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들도 1년간 정성을 쏟아 수확한 감귤을 모두 시장에 내놓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입에 먹기에도 아깝게 보이는 귤들 중에는 고가의 상품 가치를 자랑하는 탐스런 명품 감귤도 있고, 비상품으로 분류돼 저가로 가공공장으로 가야 하는 것도 있다. 감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량, 소비자의 기호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버려야 하는 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상품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채 가공공장으로 가야 하는 등 시장에서 격리된다.


문제는 비상품 기준이 당도 측정 등을 통한 맛과 상관 없이 크기로만 결정된다는데 있다. 현재 비상품 규격은 크기가 너무 적거나 너무 큰 것으로 분류되는 2S(49㎜) 미만, 2L(70㎜ 초과)로 정해져 있다.


이런 비상품 처리 과정에서 수매 가격이나 물량이 해마다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10원’이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개발공사 감귤운영위원회가 지난달 회의에서 가공용 감귤 수매단가를 ㎏당 150원으로 결정, 지난해보다 10원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수매 비용은 가공업체가 100원을 부담하고, 제주도가 보조금으로 50원을 지원해 충당된다. 인하된 10원은 가공업체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수매가격 하향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주문했다. 도의원들은 제18호 태풍 ‘차바’ 피해와 2년 연속 감귤 조수입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의원들은 특히 개발공사가 ‘삼다수’로 돈을 벌면서도 감귤 농축액과 감귤 주스의 품질을 높이고 판매를 개척하는 등의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올해로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공사 감귤운영위원회가 지난달 회의에서 가공용 감귤 수매단가 및 수매제 비용을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는 제주도와 행정시 공무원, 농협 조합장, 개발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올해 가공용 감귤의 과잉생산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국내 음료시장의 침체로 인해 비축 중인 감귤농축액 처리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제주도와 개발공사의 감귤 가공산업 육성 의지에 대해 농가가 공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발공사 설치 조례에는 사업으로 감귤 등 농산물의 가공 사업을 위한 감귤복합처리가공단지조성 및 운영, 제주의 물과 농산물을 활용한 음료, 주류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개발공사는 이 때문에 감귤주스 프리미엄화를 통해 음료 제품 구색을 강화, 삼다수의 유통 협상력과 시장 대응력을 넓혀 가겠다는 각오를 밝혀왔다. 제주도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감귤 혁신 5개년 추진 세부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공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강화를 약속했다.


또다른 하나는 비상품을 점차 수매 대상에서 퇴출시킨다해도 상품의 제값이 보장돼 전체 소득을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행정당국이나 농·감협에서 농가들이 호응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는 게 우선이다.


현재 비상품 감귤이 ‘애물단지’이지만 가공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는 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아울러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 발생하는 비상품을 가공용으로 수매해 저급품의 시장 유통 차단을 통한 가격안정 도모라는 가공 사업 목적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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