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仲秋感懷 (중추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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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水巖 李昌俊(작시 수암 이창준)

窓外望光晈麗翹 창외망광교려교 창밖에 보름달빛 너무나 아름다워

不知我也步庭謠 부지아야보정요 나도 몰래 노래하며 정원을 거닐었네.

淸風瑟瑟柳枝舞 청풍슬슬유지무 청풍은 산들산들 수양버들 춤을 추며

閑蟋鳴鳴豊秋邀 한실명명풍추요 귀뚜라미 울어울어 풍년가을 맞이하네.

三伏暑威如否盡 삼복서위여부진 이번 여름 무더위 영원할 것 같았지만

自然深奧暴炎消 자연심오폭염소 자연은 심오하여 폭염은 사라졌네.

致興重飮幾杯酒 치흥중음기배주 솟아오는 흥에 겨워 술 몇 잔 마시고는

閉月佳人想像描 폐월가인상상묘 폐월가인 상상하며 그 모습 그려보네.

 

▲주요 어휘

△翹= 뛰어날 교 △蟋= 귀뚜라미 실 △邀= 맞이할 요

△閉月= 중국 한나라 말 미녀 초선(貂蟬)을 말함

 

▲해설

20대 학창시절, 언제부터인가 중국의 4대 기서(奇書)에 심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책에 있는 한시들을 보면서 “참 멋있다. 나도 저런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러나 그 때 생각 뿐, 아무런 시도도 해 보지 못 한 채 근 40여년을 보내고 말았다. 아마도 삶에 쫓기다 보니 심적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지난해 평소 존경하고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 목민(牧民) 김경국 선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시 공부를 하는 모임이 있는데 같이 와서 배울 의향이 있느냐는 전화였다. 불현듯 옛 생각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참여하겠다고 약속하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공부하는 날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작한지 일여 년이 지난 지금 몇 편의 자작시를 쓰게 되었고, 시간이 있을 때면 한시공부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강사이신 남헌(南軒) 김찬흡 선생, 지산(知山) 이종우 선생, 회장이신 귀지헌(歸之軒) 김순택 선생의 자상하신 가르침과, 염정(鹽丁) 김용래 선생, 무운(撫耺)김상옥 선생의 친절한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

 

이 시는 칠언율시(七言律詩) 형식에 소운(蕭韻:翹,謠,邀,消,描)을 쓴 측기식(仄起式) 작품이다.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꽤 시원해졌다. 낮에는 좀 더웠지만 밤에는 시원한 바람에 제법 살만했다. 때 마침 밝은 달이 창가에 비추어 나도 모르게 마당에 나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모든 초목은 8월과 그대로이지만 그때와는 달리 생기가 넘친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리고 반딧불도 보인다. 그칠 것 같지 않던 폭염은 사라지고 밝은 달, 시원한 바람, 맑은 하늘, 변화무쌍한 대자연 앞에 어찌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있을까? 술 한 잔 생각이 절로 남은 나만의 모자란 생각일까? 구름 속에 숨은 달을 보며 한나라 말 미녀 초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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