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쪼개기’ 공동주택, 미리 막을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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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가 강창학체육공원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대규모 공동주택 사업에 대해 건축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아울러 해당 신탁사에 대해서도 분양광고 중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총 20개 동 234세대가 건립되는 이 공동주택은 서울 소재 모 건설사가 추진하는 것으로, 이미 상당수 세대가 분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건축허가 취소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당국이 건설 중인 대규모 공동주택에 대해 이처럼 뒤늦게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사업 진행과정에서의 불법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사업자는 당초 8개 필지로 된 임야를 사들여 1개 필지로 합병한 뒤 다시 5개 필지로 분할해 다른 건축 사업주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후 5개 법인이 각각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설계자가 동일인이고 하나의 단지에 모두 같은 브랜드로 공동주택 분양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 쪼개기’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사업자는 이렇게 해서 각종 법적 규제를 피한 것으로 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건축연면적 1만㎡ 이상이면 받아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와 3만㎡ 이상 적용되는 문화재지표조사가 거기에 해당된다. 또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50세대 이상이면 받아야 하는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 등의 절차도 밟지 않았다. 땅을 임의적으로 쪼개지 않으면 그 모든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5개로 나눠 신청함으로써 그 조건이나 기준에서 빠져 나간 것이다.

시 당국이 밝힌 사업자의 교묘한 분탕질은 기가 찰 일이다. 전형적인 땅 쪼개기 수법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런 은폐 사실을 적발하고 건축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 건 당연하다. 더 나아가 그런 기망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조치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불법 행위를 사전 인지하지 못한 서귀포시의 안일하고 어설픈 대처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의심의 여지가 충분한데도 속수무책으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다. 결국 각 부서별로 정해진 개별 행위만을 담당하고 처리함으로써 종합적인 문제 파악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그런 허점 투성이 행정으로 지능화하는 부동산 투기와 불법 개발행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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