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과 신선한 갈치의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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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호박국-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불과 20여 년전만 해도 가을의 제주에는 집집마다 얕으막한 초가지붕이나 우영밭 담 위로 듬직한 호박들이 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느 집에서나 호박은 당연한 듯이 심어 놓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줬으며 그 크기가 어른 머리통이상으로 커서 비록 속이 비었다지만 나름대로 가을의 풍요로움을 표현하는 수확물이었고 먹을거리에 고민이던 우리네 어머니들은 한겨울 까지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가 장만되었음에 나름으로 작은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수확한 호박은 당장 쓸 것은 정지(부엌)의 살레(찬장)위에 한 두 개를 올려 놓고 먹을 만큼씩 잘라내며 사용했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고팡(창고)에도 서너개씩 흠집 나지않게 쌓아서 보관하기도 했다. 호박은 끓는 물에 데쳐서 호박탕쉬(나물)로 무쳐먹고 된장국에 썰어 넣고 먹기도 했고 햇메밀이 나오면 범벅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러나 호박으로 만들어 먹었던 음식 중 제주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갈치호박국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호박과 갈치의 조화이다. 다른 생선국에 호박을 넣으면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느끼하거나 비린맛이 강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갈치와 호박은 어울릴 것 같지 않는데도 서로 거부감 없이 맛을 내준다. 제주바다에 흔했던 갈치와 어느 집에서나 넉넉했던 늙은 호박이 이 계절에 만나 아낌없이 새로운 맛을 베풀어주는 ‘갈치호박국’을 즐겨보자.

▲재료

갈치 300g·호박 100g·얼갈이배추 1포기·물 6컵·청양고추 1개·홍고추 2분의 1개·다진마늘 2분의 1큰술·실파 약간·청장

▲만드는 법

①갈치는 은비늘이 붙은 상태에서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내장은 뺀 다음 토막낸다.

②호박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하고 얼갈이배추는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③청양고추, 홍고추는 어슷썰고 실파는 3cm 정도로 썰어 준비한다. ④물이 끓으면 갈치를 넣고 다시 끓으면 호박과 배추를 넣고 다진마늘을 넣는다.

?한소끔 끓으면 풋고추와 홍고추, 실파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한다.

▲요리팁

①얼갈이배추는 손으로 뜯어서 넣는다.

②청장이 없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대체한다.

③호박은 너무 얇게 썰면 너무 많이 물러지기 때문에 2~3cm 두께로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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