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꿩보다 앉은 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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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는 사람에게 “무사 아진 꿩 내부러동는 꿩 심젠 햄시니?”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왜 앉은 꿩은 놔두고 날아가는 꿩을 잡으려 하느냐는 제주도 말이다. 사실 우리는 친숙한 것은 무시하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한다. 고향 제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나 호기심도 그럴 수 있다. ‘국제 관광지’ 주민인 우리는 이 섬을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아끼며 지키려고 하는가. 보석 같은 땅, 오름과 바다를 자랑하지만, 관심과 사랑은 적은 것이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한 예로 하도리에는 겨울에 30여 종류의 철새들이 찾아오고, 여름에는 중백로, 황로, 해오라기 등이 온다고 하는데 보러 간 적이 있던가. 정기적으로 오는 희귀종인 저어새를 비롯해서 다양한 맹금류와 오리, 도요물떼새, 논병아리, 가마우지, 아비 등은 탐조하는 사람들이나 보는 것으로 여기면서 무관심했다. 그 외에도 주변에 휘파람새, 딱새, 멧새, 동박새, 방울새, 할미새, 바다직박구리 등을 어쩌다 의식할 뿐 우리는 함께 사는 우리 섬의 다른 주민들에 대해 거의 무지 상태이다.

또한 남방한계식물과 북방한계식물들이 자라는 곶자왈, 화산 폭발로 형성된 돌들을 바탕으로 이룩된 독특한 숲은 어떤가. 한경-안덕곶자왈, 애월곶자왈,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 등으로 구분하여 불리는 줄만 막연히 알 뿐, 제주 물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곶자왈 보호 사업을 거들어 본 적이 있는가.

곶자왈에 가면 고생대부터 지구상에 존재해온 다양한 고사리들이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 아래에서 태고의 자연을 담고, 깊숙한 시간의 흐름 속에 평화가 깃들고 있다. 이런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고 믿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사실 속수무책이다. 돌문화박물관을 비롯하여 자연휴양과 야영, 생태체험을 찾는 주인공들은 주로 외부 사람들이다. 제주의 자연을 느끼고 깊이 사랑하며 보살피는 적극적인 주인의 자세가 모자라지 않은지 반성과 우려가 따른다.

지난여름 뜨거운 날씨 속에 제주도세계지질공원트레일 행사에 참가해서 한경면 수월봉 엉알길(절벽 아래 길)을 걸어봤다. 화산 폭발의 흔적을 간직한 굼부리 일부인 수월봉 지층을 전문가 해설을 들으며 살펴보는데 초등학생들 여럿이 동참하고 있어서 마음이 흐뭇했다. 수월봉에 전해지는 전설에 따라 ‘녹고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절벽 하단에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물에는 붉은 잠자리들이 그림자로 무늬를 놓고 있었다.

나선 김에 바로 앞에 차귀도에 얽힌 전설을 떠올리며 작은 배로 본섬에 내려 주변에 서있는 기이한 모양의 돌섬들과 멋진 바위들을 보고 100년이 넘은 무인등대도 지나갔다. 제주 자연이 보여주는 생태와 이 지역에서 조상들이 이어온 삶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가 진정한 보물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오체투지 하듯이 땅에 엎드려 온몸으로 껴안고 입을 맞추며 감사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

앉은 꿩은 놔두고 멀리로만 시선을 주면서 헛된 꿈을 찾았던 결과로 오늘 제주는 여러 가지 문화적 특성을 잃고, 몰려드는 자본과 꼬리를 무는 개발로 자연은 파괴되고 있다. 제주도 당국과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제 자연환경 보존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것 같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거문오름이 원형을 보존하도록 예약제를 실시하듯이, 제주 땅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인구수를 제대로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제주 자연을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줄 우리의 사명을 절감하고 실천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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