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農村秋景(농촌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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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牧民 金景國(작시 목민 김경국)

凉風炎暑退 량풍염서퇴 서늘한 바람이 더위를 물리치니

熟果橘園佳 숙과귤원가 익어가는 귤밭이 아름답네

晧月懸晴昊 호월현청호 밝은 달은 맑은 하늘에 걸려 있고

秋陽照翠崖 추양조취애 가을 햇빛은 푸른 언덕을 비추네

前庭羅苦草 전정라고초 앞 뜰엔 고추가 널려 있고

豆打興流街 두타흥류가 길가로 콩타작 소리가 드높네

籬下濃黃菊 리하농황국 울타리 아래로 국화향이 짙을 때

田鄕豊足懷 전향풍족회 전원마을은 풍요로워지고 있네

 

▲주요 어휘

△橘園=귤밭 △翠=물총새 취, 비취색 △苦草=고추의 본래 말이라 함

△籬=울타리 리 △濃=짙을 농 △懷=품을 회, 생각

 

▲해설

저의 조부(月湖 金桂浩)께서는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한시 전국 공모전에서 장원으로 뽑혀 진사 벼슬을 받은 바 있고, 엄친(晩耕 金琯玉)께서는 영주음사 사장직을 10여 년 간 맡으면서 한시 강독을 하셨고, 창작한 한시 700여 편을 수록한 만경집(晩耕集)과 우석헌집(于石軒集) 두 권을 편찬한 한시 작가이시다. 이런 내력으로 지인들은 으레 저를 한시에 능통할 것이라 여기지만 한시에 관심도 없었고 특별히 공부한 바도 없으며, 천학비재(淺學菲才)하여 한시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을미시회 강사이신 남헌(南軒)김찬흡 선생, 지산(知山) 이종우 선생과 회장이신 귀지헌(歸之軒) 김순택 선생께서 을미시회에 참여시켜 한시 이론을 가르쳐 주셨고, 염정(鹽丁) 김용래 선생, 무운(撫耺) 김상옥 선생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름대로 학이시습(學而時習)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오언율시(五言律詩) 형식에 가운(佳韻: 佳,崖,街,懷)을 쓴 평기식(平起式) 작품이다. 저가 거주하는 곳은 애월읍 광령3리이다. 속칭 자종리(自宗里)라 부른다. 100여 호가 모여 사는 자그마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80%가 감귤 과원을 하고 있고 20%는 여름 농사로 콩을 재배하고 있다. 추석을 전후하여 극조생 감귤부터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만 조생 감귤까지 물들었다.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푸르고 그래서 달도 선명하다. 집집마다 앞마당엔 고추 말리는 멍석이 붉다. 이때쯤 되면 콩 타작 소리가 길가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요란스럽게 들리곤 하였다. 지난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면서 국화향 짙은 마을은 풍요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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