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발표 후 공론화, 어떻게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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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민선6기 원희룡 재주도정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스타일이 바로 ‘선 발표, 후 공론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추진 방식을 놓고 말들이 많다.


도정의 철학과 정책 추진 의지에 따라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어떤 방식이 반드시 올바르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그러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면 이제는 신중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 제주도는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도정에서는 발표에 앞서 많은 논의와 협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의 농민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당연히 농민들은 반발했고, 각종 논란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그제서야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고, 추가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감귤산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고 그 해법에 있어서는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의 중심인 농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충분한 공론화를 거친 이후 정책을 마련해 하고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제2공항 건설 후보지로 성산읍지역이 전격 발표됐다.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결과였다.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입지 후보지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경우 부동산 투기, 지역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이 주민들의 생존권보다 더 중요한 사안인지는 따져볼 일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제주시 도남동 일대에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발표됐다. 도심 내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선정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역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반발했다. 자신들의 생활 터전에서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1년 반 넘게 제주도와 주민들은 대립했고, 사업을 무산됐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사전에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입지를 선정하고 추진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에는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설 문제로 도민 사회가 시끄럽다. 제주도는 지난 8월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 1200세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한다는 정책적 목표를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입지가 정적한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도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 번 돌아선 주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 외에도 도시계획조례, 연삼로·동서광로 일방통행 등 주민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대부분 먼저 발표되고, 이후 다시 공론화를 거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먼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 결정의 시기를 놓칠 수 있고, 중앙정부 지원과 맞물린 사업들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특히나 부동산 등 이해관계가 민감한 사업들은 사전 공론화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도정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 발표, 후 공론화’ 방식에서 비롯된 도민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이제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제주도정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강재병 기자 kgb91@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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