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솎기 재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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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숙. 생활개선제주시연합 애월읍회장
감귤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벌써 30여 년 가까이 됐다. 철따라 전정, 비료, 김메기를 하다 보면 수확이 되고. 수고한 것에 비해 미안할 정도로 소득을 안겨주던 때도 있었다. 겨울이면 먹을 만한 과일이 감귤 뿐이던 것이 하우스 재배가 확대되면서 계절없는 과일이 나오고, 듣도 보도 못한 과일들이 수입되면서 감귤이 서서히 자리를 잃어갔다. 감귤 소득도 그때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어찌 생각해보면 간벌, 열매솎기 등은 항상 행정에서 먼저 선도했고 농가들은 마지못해 흉내낼 정도로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애쓰게 열린 감귤 따내려면 왠지 아깝고, 가공용으로 라도 팔면 그래도 단돈 몇 만 원은 되는데 괜히 따버리는 것 같아서 따내려는 남편과 다툼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 5년 전인가 생활개선회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안 할 수도 없고 우리 과수원에서 열매솎기를 했다. 회원들 뒤 쫓아 다니면서 ‘조금만 따세요, 조금만 따세요’ 사정 아닌 사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해 감귤을 수확하는데 상품이 많아서 따는 사람들도 모두 좋다고 신이 났고 값도 다른 해 보다 20%정도는 더 받았다.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다음 해는 더 잘해야지 하고. 그런데 그 다음해는 해거리를 하는 해라 열매솎기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아 우리 밭에 와 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과 논의 끝에 과감히 인건비를 투자해 열매솎기를 했다. 그해는 값을 더 많이 받았다.

그 후로 열매솎기를 꼭 하는 정말 본의 아니게 모범농가가 됐디. 열매솎기 하는 재미를 안 것이다.

아직도 열매솎기를 안 한 농가들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정말 쏠쏠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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