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염증과 습진 개선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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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삼백초

필자의 고향은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대정읍 무릉리이다. 10여년 전, 우리 마을에 삼백초를 달인 차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삼백초 차를 마시고 병이 좋아졌다고 소문나면서부터이다. 우리집에서도 삼백초를 구해서 집 주위에 심었는데 물기가 있는 낮은 곳에는 무성히 잘 자라고 있었다.

당시 마을 어른들은 三白草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습한 지역에서 서식하는 삼백초는 저지대에 위치한 한경면 고산과 용수리 일대가 주요한 자생군락지였다고 한다. 삼백초는 전국에서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삼백초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은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어 현재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 식물을 이른다. 삼백초가 약초로 알려지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 군락지가 훼손되자 그간 한라수목원과 여미지식물원 등에서 삼백초 증식 사업을 통해 자생지를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기도 하다.

멸종위기 야생 식물의 무단 채취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제주에서만 나던 삼백초는 이제 육지의 약초 농가에서 대량 재배가 되고 있으며 제주에서도 몇몇 농가가 재배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이런 농가나 농산물원종장을 통해 모종을 구해서 심으면 될 것이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처음에는 백색이 없다가 잎의 세 개가 백색이 되면 무성해진다 하여 ‘三白’이라 이름이 붙었다. 三白草는 한의학에서 이수삼습약(利水?濕藥)에 속한다.

수도(水道)를 통리(通利)하여 수습(水濕)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는 의미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생리 기능 중에 혈액만이 아니라 수액의 대사가 있어 이것이 원활하지 않으면 각종 병증이 생겨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수습이 정체되어 일어나는 수종(水腫), 소변삽통(小便澁痛) 등의 수액대사 관련 제반 증상을 치료한다. 특히 열림(熱淋) 즉 염증으로 인한 통증과 열감을 동반하는 임증에 좋다. 또한 외용으로 피부의 염증과 습진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주로 수습 정체로 인한 제한된 증상에 쓰인다. 마을 어른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만병통치약은 아닌 셈이다. 더구나 열이 있거나 염증을 동반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노인들이 무분별하게 드셔도 되는 약재는 아니라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등재가 되어있지 않으며 본초강목에는 성질이 찬 약으로 다소 주의를 요하고 있다. 또한 식품공전에는 올라가지 않아 의약품으로만 쓰게 되어있는 전문 한약재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약재는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통해 복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몇 달전에는 삼백초로 만든 무허가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과장해 판매한 것으로 입건된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다. 충분한 검증과 절차없이 이루어져 발생한 일이다.

다만, 최근 삼백초의 현대의학적 효능에 대해 유의한 기초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나 암 재발의 억제 가능성에 대한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논문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실한 임상적 효능과 인체 적용은 더 연구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초 실험 연구 결과는 삼백초만이 아니라 기타 다른 많은 약재들에서도 보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몇몇의 민간요법 사례로 약초의 효능을 과대하게 규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문헌에 근거한 한의학적 효능이나 온전한 검증을 거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따라야 한다. 현 단계에서 삼백초가 지닌 임상적 효능에 대해선 이수삼습(利水?濕)의 한의학적인 효능에 충실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제주의 자생 약용식물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지고 자생군락지를 잘 보존하면서 그 약효와 가치에 대한 추가적 연구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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