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湧泉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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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수필가

1962년 데이빗 린 감독이 제작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아라비아반도의 광활한 사막이 주된 배경이다. 오마샤리프와 피터 오툴을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한 이 영화를 본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는 그 모습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아마도 유별나게 작열하는 올여름 햇볕이 불현듯 정오의 사막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나 보다.

 

높푸른 하늘과 조석으로 부는 서느런 바람이 지척에 가을이 서성이고 있음을 실감케 하지만,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처서가 지나서도 한동안 식을 줄 모르는 열기가 연일 폭염 특보와 기록적인 열대야를 토해냈으니 말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치고 전기요금 누진제가 두려워 냉방기기 사용마저 자제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그늘이나 계곡 혹은 바닷가를 찾아 피서를 도모한다. 아마도 그 중 으뜸은 시원한 용천수가 샘솟는 물통이리라.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온몸에 냉기가 흐르고 정신이 맑아진다.

 

제주의 용천수 중에는 ‘과물’, ‘금산물’, ‘엉물’, ‘오래물’, ‘유수암천’, ‘장수물’, ‘하물’ 등 설촌(設村) 유래나 설화 혹은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이름이 붙은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 수효도 많아 1999년에 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려 911개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사철 수백 개의 용천수가 샘솟는 우리 고장 제주는 천혜의 삶의 터전임이 분명하다. 대수층(帶水層)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솟아난다. 산간 지역에도 일부 분포하지만, 현무암 지질의 특성상 대부분 해안 지역에 산재한다. 그리고 그 주변엔 어김없이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 용천수는 식수인 동시에 생활용수로서 주민들의 생명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용출하는 수량이 풍부할수록 마을의 규모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었다. 불가결(不可缺)의 귀한 자원이기에 그 주변에 돌담을 쌓아 가축의 출입을 막고 오염을 예방했으니 이 곧 ‘물통’이다.

 

아무튼 용천수는 제주도민들에게 생명의 젖줄로 일컬어질 만큼 소중한 자연 자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산간지역의 과도한 개발과 무절제한 지하수 사용 등으로 인해 수량이 급감하면서 사라지는 용천수가 점차 증가하는 실정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차제에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우리 후손들도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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