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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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설렌다.


마음이 두둥실 부푼 풍선처럼 그렇게, 타고 날아가고, 달리고, 걸음을 재촉한다. 거리가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시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행기와 배로, 자동차로 고향 앞으로 달려간다. 하늘과 바다, 아스팔트길을 지나, 두메산골 구름도 졸졸 따라 나선다.


가방이 꽉 차고도 모자라 양손에 선물 세트까지 사들었다. 고향은 모난 것도 없고 보름달처럼 크고 작은 산과 들이며, 오름이 봉긋봉긋 솟아오르고 있지요.


제주국제공항 도착 대합실엔 설레는 마음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가 내려온다기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생들…. 가족식구나 친지들이 마중 나왔다. 북새통이다. 한눈팔지 말고 잘 살피라는 노파심에 건네는 어르신의 말씀이다.


누가 먼저 출구로 빠져 나올까?


궁금하다. 역시, 손자와 손녀다. 달려오는 손자가 품에 안기자,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 할아버지다. 순간 웃음꽃이 만발하다. 손자의 얼굴에 뽀뽀하는 할아버지. 한참동안 떨어질 줄 모른다.


고향 네거리. 눈에 잘 띄는 곳에는 벌써 현수막과 프래카드가 걸렸다.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훈훈한 정을 담뿍 나누세요.”라고.


코앞이 추석명절이다. 가위, 가배, 추석, 중추…. 명절이라고 일컫는 말들도 다양하다. 가위는 가을의 한 가운데 달, 가위나 한 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고,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 한자로 쓰는 말이다.


“5월 농부 8월 신선.” 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오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하여 구슬땀을 흘리면서 등허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8월은 한해  농사가 다 마무리해 가는 때이다. 그래서 봄철 농사일보다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해도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니, 그 만큼 추석명절이 좋은 날이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 늘 가윗날만 같아라.” 라는 속담도 있듯이 추석은 연중으로 으뜸 명절이리라.


오곡이 익는 계절인 만큼 풍요롭고 풍요롭다. 추석에는 예로부터 풍요를 기리는 갖가지 세시 풍속이 행해져 왔다. 강강술래, 줄다리기, 가마싸움, 거북놀이, 소싸움, 닭싸움 같은 놀이들이 지방마다 달리하면서 …흥겹게 가을을 수놓았다. 보름달 아래 강강술래와 같은 원무가 펼쳐질 때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운치가 넘친다.


씨름은 어떤가. 힘과 기를 겨누고 자랑하는 씨름은 추석엔 빼놓을 수 없는 놀이로 마을에선 잔치로 이어져 왔다. 요즘도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통해 안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나이와 체급에 상관없이 나선 선수들은 마을에서 진짜 장사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도전자가 없을 때까지 겨뤄 뽑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최종판까지 이기면  “ 판막음 했다.” 고 한다.


고향엔 한마당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마을회관이나 복지회관에 어르신들이 멍석을 깔아놓고, 숯으로 윷판을 그리고, 말을 만들어 놓고 한 판을 대기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친지들, 아들, 딸, 며느리, 손자와 손녀가 나뉘어 엉덩이가 들썩 들썩 어깨가 들썩 들썩 어깨춤을 추어 보자. 신바람이 일어난다. 


올 추석명절은 넉넉한 연휴를 데리고 왔다. 지난 해 찾아뵙지 못한 친족들도 만나서 정다운 얘기꽃을 피우자. 한 사연, 한 사연마다 고향의 정이 녹아 있고, 맛과 멋이 넘쳐나리라. 친구에게 전해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그 옛날의 추억이 담긴 초등학교 자리도 들러보자.  풍성한 추석 만들기, 행복한 추억 만들기, 온 가족이 함께하는 한가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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