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림추색의 계절이 다가오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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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정치부장

어느덧 귤림추색(橘林秋色)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귤림추색은 예로부터 귤이 익어갈 무렵 성에 올라가면 사방이 주렁주렁 매달린 귤로 온통 금빛 세계를 이룬 풍광을 일컫는다. 제주의 경관이 뛰어난 경승지 ‘영주 12경’ 중 제4경으로 꼽힌다.

다음 달이면 결실의 계절, 진녹색 감귤나무에 달린 황금빛 열매가 탐스럽기만 할 것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돌담 안에 피어나는 귤 향기에 취해 탄성을 자아내고 사진 촬영에 열중인 장면도 목격된다.

오는 15일 민족 대명절 추석 밥상에서도 감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감귤 농가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최근 2년간 가격 폭락으로 시름이 컸는데 올해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간상인에 팔리는 노지감귤 밭떼기 거래가 뜸하고 가격도 지난해 이맘 때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해 가격 하락세로 마무리되면서 손실을 입은 중간상인들의 부담감이 커진 데다 올해산 생산량이 적정생산량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해 동안 애써 키운 감귤 열매가 벌어지는 열과 피해까지 발생,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7월 이후 가뭄과 폭염으로 과피 생장이 억제된 상황에서 8월 말 갑자기 내린 비로 과육이 비대해지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감귤 유통은 한 달 이후 본격화되기 때문에 그동안 농가, 농·감협 등 생산자단체, 행정당국이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가 제값받기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감귤 수확기 잦은 비날씨와 폭설 등 기상 재해도 주요 변수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제주도 감귤관측조사위원회의 노지감귤 2차 관측 조사 결과 생산예상량은 54만4000t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1월 강추위로 인한 나무 세력 약화, 여름철 폭염 등 여파로 평균 열매크기가 작아 5월 1차 발표 당시 61만3500t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다행히 감귤 품질은 당도가 8.0브릭스로 평년 당도 6.6브릭스보다 1.4브릭스 높아 맛은 좋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려는 작은 열매 솎기, 출하 조절, 비상품의 시장 격리, 판로 확보 등 사전 대책 수립과 실행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비상품에 대한 가공용 수매 계획을 조기에 수립, 시장 안정화가 시급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농가의 자구노력과 의식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행정당국의 감귤 농정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노지감귤 조수입은 2013년산 5264억원에 달했지만 2014년산 3435억원, 2015년산 2924억원으로 급감, 올해 상승세로 반전될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우연인지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선 이후 2년 연속 내리막길이어서 3년 차 조수입에 대한 관심도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지난 2년간 잦은 비 등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행정당국의 정책 혼선도 감귤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2014년 노지감귤 출하 시기를 앞두고 품질 기준 규격을 5단계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 비상품인 1번과가 홍수 출하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지난해에는 행정이 주도했던 ‘고품질 감귤 안정 생산 구조 혁신 5개년 계획’을 놓고 농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비상품 감귤에 대한 가공용 수매 물량을 8만t으로 한정한 가운데 비 날씨로 비상품 처리에 난리가 났고, 연말에야 시장 격리가 발표되는 등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때 몇 그루만 수확해도 대학교 등록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아 ‘대학나무’로 불리웠던 감귤의 옛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래도 올해산 감귤만큼은 농가들이 일한 만큼 원하는 수준의 달콤한 돈맛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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