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엇을 위해 산담을 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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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외로울까 염려하며 나무 심고 동자석 세우고…
▲ 무덤 조감도

▲산담의 기능

 

산담을 쌓는 이유는 죽은 자도 산 자처럼 대해야 한다는 성리학의 영혼관 때문이다. 이런 관념은 조상은 곧 ‘초상(조상신을 말하는 제주어)’으로 여겨서 조상 무덤을 잘 쓰게 되면 자손이 발복(發福)한다는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으로 발전했다. 제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조상에 대한 예우를 살펴보면 상식(上食)에 잘 나타난다. 장례 후 집안에 모시는 혼백상에 죽은 조상을 위해 상식(上食)을 올리는데 상식이란 아침‧점심‧저녁 세 차례에 걸쳐 식사를 꼭 산 사람에게 대접하듯 음식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사실 상식(上食)은 성리학의 한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상식에 대한 필자의 사례를 들어 보면, 초등학교 시절에 필자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침과 저녁은 어머니가 상식을 올리는 것을 맡았지만, 어머니가 당부하기를 점심은 필자에게 학교 갔다 와서 꼭 상식을 올리라고 하는 바람에 학교 갔다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점심 상식을 올리는 것이었다. 최근까지 조천, 대정 등지에 상식을 올렸던 집안이 남아 있었지만 대개 이런 문화는 금방 사라질 문화이다.

 

또 집안에 상을 모시게 되면 마치 집에 있는 사람처럼 여긴다. 친척 집의 제사인 경우에 제사가 끝나면 밤중에 술과 떡반, 밥과 갱(羹:국)을 가지고 와서 상주에게 상에 올리도록 했다. 필자의 집에서도 제사를 지내게 되면 ‘상착(뚜껑이 있는 직사각형의 대나무 그릇, 밥을 보관하거나 떡을 나르기도 하는 도구)에 음식을 담아 제삿날 밤 파제(罷祭) 하자마자 동네에 상을 모신 집 먼저 다녀왔다. 또 명절이 되면 상을 모신 집의 상주는 신주를 지켜야 하는데, 동네 사람들이나 친척들이 상에 세배를 오기 때문이다. 세배가 끝난 사람에게는 떡과 안주를 간단하게 차린 술상을 마련해준다.

 

항상 삶이란 기억을 먹고 사는가 보다. 마치 죽음은 삶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 그 기억이 다할 때까지는 일생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인간은 제례를 통해 관계를 맺고 공동체 문화를 유지한다. 제례는 정치적 관계를 위한 토대가 되고 사회통합의 원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조상들이 자신에게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집안을 위해서 4대까지 제사를 받는 (奉祀)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죽음은 잠시 집을 떠난 것 같이 생각되었고, 그래서 마치 무덤은 산 사람의 집으로 생각하여 그 유택(幽宅)에도 집담 마냥 울타리를 두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산자들의 생각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만 이 또한 성리학 이념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산담의 기능은 무엇일까. 옛사람들의 산담의 기능에 대한 인식은 마소의 침입 금지, 들불의 방지, 경계표시 등 세 가지로 압축이 되지만, 그것을 사회적 맥락에서 확대하면 산담의 기능은 크게 무덤보호, 집안위세, 무덤장식, 영역표시, 비보풍수 등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무덤보호 기능이 있다. 마소의 침입으로 조상의 봉분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화전의 불이 번지는 것, 경작 시 무덤 영역의 침범을 막는 울타리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산담을 겹담으로 쌓는 이유는 마소의 침범을 감안하여 마소들이 발을 뻗어 산담을 쉽게 넘지 못하도록 지형을 이용하여 튼튼하게 쌓았다.

 

둘째 집안위세 기능이 있는데 집안이나 문벌을 위해서 산담을 크게 하고 석물을 화려하게 꾸민다. 산담의 규모와 무덤의 치장은 해당 집안의 효도, 경제력,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되고 있다.

 

또한 무덤장식 기능도 있다. 영혼이 사는 집의 울타리인 산담을 정성스럽게 쌓고 멋을 내기도 한 것이다. 산담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산담 앞쪽은 기와지붕의 처마곡선처럼 좌우 모서리는 솟아오르고 중앙부분은 유연하게 내려간 형상이다. 또 네 귀퉁이의 돌은 넓적한 돌로 정갈하게 마무리 한다. 또, 산담이 있는 곳을 유택이라고 하는 이유처럼 어둡고 침침하기 때문에 이승보다는 저승이 어둡고 외롭다다는 관념을 반영한 나머지, 무덤은 볕이 잘 들게 하거나 영혼을 위해서 동자석을 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꽃이 백일 동안 핀다는 배롱나무를 심어 산담을 환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영역표시 기능에서는 산담은 밭, 목장 등 산 자들의 생활영역과 혼백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 신문(올레)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신문은 영혼만 다닐 수 있는 길이자 올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사람들이 산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돌을 놓아 길목을 막고 있는 장치를 한다.

 

마지막으로 비보풍수 기능이 있는데 산담은 인위적인 조형물로써 육지의 산세와는 다르게 혈기를 보호할 수 있는 자연적 지형의 부족하게 된다. 이때 묘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담을 이용하여 비보 풍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산담에 새각담을 설치하여 허한 방향을 막는 데 이 또한 비보풍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 제주산담은 원형, 전반후원형, 사각형, 등변사다리꼴형 등 4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며 경재력 등에 따라 외담과 겹담 현태를 보인다.

▲산담의 다양한 유형

 

제주 산담의 형태적 유형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원형, 전반후원형, 사각형, 등변사다리꼴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데 원형 산담은 외담 산담이 보인다. 전방후원형은 앞부분은 직선이고 뒷부분은 길쭉한 반원형인 전방후원(前方後圓)형 산담인데 이 산담은 외담과 겹담 산담이 있다. 사각형 산담 또한 외담으로 쌓은 것, 겹담으로 쌓은 것이 있다. 등변사다리꼴형 산담은 산담 앞쪽이 길고 산담 뒷쪽이 짧은 산담이다. 이 등변사다리꼴 산담을 쌓는 방식으로 보게 되면 겹담 산담은 마소의 발길이 산담을 넘지 못하게 쌓는 돌담으로 최소 넓이1m~2.8m 내외다. 안팎으로 외담을 쌓은 후 가운데 잡석으로 채우면 견고한 겹담 산담이 된다.

 

외담 산담은 경제력이 없거나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임시방편으로 쌓은 외돌로 쌓은 돌담이다. 기능성보다는 상징적인 경계 표시로 쌓은 것이기 때문에 돌담이 쉽게 무너진다. 또 장례 시 당일에 산담을 못하게 되면 임시로 외담을 둘렀다가 후일 겹담 산담을 쌓기도 한다

 

산담 중 희귀한 산담이 있는데 토석 산담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산담을 돌로만 쌓는 겹담과 외담으로만 알고 있었다. 산담의 종류에 이 특수한 토석 산담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바로 흙과 돌을 이용하여 쌓은 산담을 필자가 토석산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토석산담은 돌이 귀한 지역에 만들어진 산담으로 그야말로 돌과 흙, 그리고 그 위에 잔디를 씌운 혼용된 산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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