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夏 雲(하운)
<9>夏 雲(하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作時 石友 金景鍾(작시 석우 김경종)

 

甘雨過此夏雲充 감우과차하운충 단비 지나간 곳에 하운(夏雲)이 충실한데/

變化無窮神術通 변화무궁신술통 변화가 무궁하니 신의 조화 같네/

山頂快晴留峻嶺 산정쾌청유준령 산의 정상은 맑은데 높은 고개에 머물러/

靑天痕迹想心中 청천흔적상심중 푸른 하늘의 흔적을 마음속에 그리네/

綠陰沈處聲鳥喚 녹음심처성조환 녹음 깊은 곳엔 새들 부르는 소리/

茅屋窓邊到凊風 모옥창변도청풍 초가 창가엔 서늘한 바람이 이르네/

萬物守分唯自足 만물수분유자족 만물이 자기 분수를 알아 자족하는데/

何如往來不知空 하여왕래부지공 어찌해서 왔다갔다 공허함을 알지 못하는가/

 

▲주요 어휘

▲喚=부를 환 ▲茅屋=초가집 ▲唯=오직 유 ▲何如=어떠한가?

 

▲해설

한시를 공부하게 된 동기는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 선생을 만나 서예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 한문공부를 겸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여 시작한 배움이 어언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고희(古稀 일흔 살)를 넘겨 시력이며 모든 것이 시원치 않아 한가히 지내는데, 귀지헌(歸之軒) 회장께서 한시를 공부하자고 재촉한 것이 을미시회(乙未詩會)이다.

 

자연의 조화를 한시를 통하여 한문 음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인데, 한글로 풀어쓰면 운율이 산만해져 어쩌면 한시 맛이 반감하는 것 같다. 눈으로 그저 한번 훑어보는 것 보다 시를 몇 번이고 읽으며 뜻을 음미하다 보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쉬운 한자를 골라 써보지만 쉽지가 않다. 시를 지은 후 다시 읽어 보면 어떤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아 교정해 보지만 또 시간이 지나고 보면 더욱 유치해보여 계속 반복해서 교정을 해도 결국 미완성으로 남을 때가 많다. 결국 세월을 이겨 내며 전해 내려오는 한시는 쉽고도 보편적으로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시들인 것 같다. 어려운 한자를 찾아 가면서 지은 작자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시들이 대부분이어서, 한시가 보편화 되지 못하는 그저 한문을 과시하는 면이 있어 보여 독자들이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 시는 금년 여름 더위가 상당한데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린 다음, 구름의 변화를 빌어서 썼으며 결국 우리네 삶이 부질없이 바람 따라 흘러 다니는 구름과 다를 바 없어보여 지어 보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