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황금빛 선율
한여름 밤의 황금빛 선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오영호/시조시인

지난 8월 저녁 귀갓길에 문예회관 정문 쪽으로 눈이 갔다. 하얀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여럿 보여 공연이 있음을 직감했다. 제주국제관악제가 열리기 전 김병립 관악인이 이번 관악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이 많으니 한두 번만이라도 관람해보라는 말도 뇌리를 스쳤다. 또한 열대야에 헉헉 대는 집보다 대극장 안이 훨씬 시원할 것이고, 황금빛 선율도 만끽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저녁 여덟 시. 무대가 환하게 밝아지자 해군군악대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세계적 작곡자 데이비드 길링행의 지휘로 ‘그대는 나의 비전’ 등 여섯 곡을 연주한다. 모양과 소리가 다른 악기들끼리 한데 어울려 울려 퍼지는 관악은 힘찬 기상과 빛나는 화음으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조화로운 음악 예술임을 증명이나 하듯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음 날은 미국의 뉴써드스트림 4중주 공연을 보았다. 이들은 재즈와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들로 전통적인 색소폰 4중주의 특징인 정확성과 소통에 재즈의 에너지가 더해진 모습을 선보였다. 생김새가 각기 다른 4개의 색소폰이 담당한 음역대의 소리를 아주 멋들어지게 들려준다. 관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공기의 떨림은 묵직하게, 때론 여리게 흐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관악제가 끝나는 입상자 음악회는 그야말로 최고의 자리였다. 콩쿠르 참가자 170여 명 중 베이스트롬븐엔 헝거리 바르나바스 브린다스가 유포니움으론 프랑스 리리안 메우린이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제주도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다. 지휘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지휘자 자이몬 카발라다. 특히 제주도립교향악단의 웅장하고 황홀한 연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완숙한 손놀림과 표정, 하모니에 넋을 잃고 말았다.

 

제주 관악은 50여 년 전 6·25전쟁을 전후하여 금빛 나팔소리와 북소리로 제주사람들의 애환을 달래며 동경과 꿈을 심어주었다. 꾸준히 발전을 해 이제 초·중·고교, 대학, 군·경찰, 일반 및 도립서귀포관악단 등 모두 25개 관악대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총 23개국 2600여 명의 관악인이 참가한 수준 높고 색다른 공연이 많았다. 그러나 관객동원은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 홍보 부족과 더운 날씨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은 도민들의 관악에 대한 관심 부족이 아닐까. 그래서 먼저 밴드를 운영하는 학교 및 학생들부터라도 관심 제고를 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래가 밝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